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1.2)과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1.1)을 살펴보니 남과 북이 조금도 양보 없이 기존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기축년 2009년 새해의 남북관계는 지난 10개월간 경색된 남북관계의 연장선상에서 경색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에 남과 북이 상호양보와 타협을 통해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기대했던 필자는 남과 북이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의지가 없어 대단히 실망스럽고 유감스럽다.
남과 북이 주체적으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생각은 않고 오히려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한반도 정책에 크게 기대를 걸면서 오바마 신행정부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란 기대감은 우리 민족끼리 민족 문제를 풀자는 6.15선언의 정신과 배치된다. 이런 태도는 한반도 문제를 우리민족끼리 풀 수 없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노출한다. 이같이 강대국에 의존하겠다는 자세는 반민족주의적이고 반자주통일주의적 사고로 남과 북이 재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남과 북은 이제 샅바싸움을 걷어치우고 냉철하게 무엇이 한민족의 이익인가를 재성찰해 봐야 할 때다. 한반도의 주변 강대국들이 한반도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우리민족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풀어나가는 자세가 기본 원칙이 돼야 할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새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향후 기대되는 북미관계의 개선이 남북관계의 경색을 푸는데 핵심 변수가 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남북문제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남과 북이 함께 상호협력해서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남북관계가 더 냉각하기 전에 새해에 경색국면의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하여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하여 우선적으로 아래 조치를 즉시 실행할 것을 제의하고자 한다.
남북관계의 경색을 풀기 위해 MB 특사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현 시점에서 특사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내기 전에 우호적인 신호가 담긴 GRIT(긴장완화를 위한 점진적 호혜조치) 전략을 남쪽이 자발적으로 구사해 남북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함이 바람직하다. GRIT 전략은 한 마디로 남한이 자발적,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신호를 보냄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비슷한 우호적인 행위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지금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남쪽이 먼저 GRIT 전략을 구사하여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쪽이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다음은 같이 호혜조치를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지난 10개월 동안 축적된 남북간 상호불신을 제거하고 상호신뢰를 다시 구축하기 위해 남쪽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조건 없이 재개하고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이 재개되면 북쪽은 개성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사업을 조건 없이 재개하길 기대한다.
둘째, MB 대통령은 18대 국회 개원연설(7.11)에서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관하여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북쪽은 두 선언을 남쪽이 “전면 부정”한다고 비난하면서 대화에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남쪽은 조속히 두 선언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밝히고 이념을 초월하여 유연한, 실용주의적 대북 정책으로 대전환이 필요하다. 남북한 합의사항들을 쉬운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북한 당국이 함께 열린 마음으로 그동안 풀지 못한 이슈들을 한 발짝씩 양보해서 타협할 정치적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하고 이대로 새해에도 남북간 기 싸움만 계속하면서 아무런 대책 없이 막연히 기다리고만 있다간 무슨 일이 또 터질까 염려스럽다.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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