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손에 들고 있는 상추쌈 밖으로 불쑥 고개 내민, 순한 눈망울의 살아 있는, 어린 너를 보았네
차마, 빙어회를 먹지 못하는 저녁
석양이 잰 걸음으로 산등성이를 넘다가 잠깐 고개 돌려, 너와 나의 환한,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었네
박완호 ‘빙어회를 먹지 못하는 저녁’ 전문
빙어의 말간 눈을 보는 순간 횟감은 단순하지가 않다. 하나의 생명을 깨닫고 나니 차마 먹을 수가 없어진다. 여기서 더 나아가 화자는 자신과 빙어의 처지가 같은 것으로 동일시하기까지 한다. 산등성이를 넘어가던 석양이 “잠깐 고개 돌려, 너와 나의/ 환한,/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 그들은 빙어가 되는 것이다. 시인의 마음이 빙어처럼 말갛게 비치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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