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씨, 당신이 방금 내린 비행기에서 모락모락 김이 오른다
친부모를 찾아, 형제를 찾아 코리아를 방문한 밥 씨,
당신의 눈에도 적정한 온도로 눈물이 끓고 있다
당신이 苗種이었을 때부터 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나는 소상히 알고 있다
이 땅에서 파종되었지만 당신을 감당할 수 없는
천수답이었던 부모는
파란 눈동자를 지닌 기름진 양부모에게 당신을 옮겨 심었다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파란 눈을 가진 여자와 연애하여
당신도 아내도 닮지 않은 두 남매의 아버지로 살아왔지만
밥이 주식이 아닌 나라에서 열매 맺기도 전에
미리 ‘밥’이었던 당신은,
늘 설익은 밥이나 삼층밥이 되어 살았을 것이므로
밥 씨, 끓고 있는 당신 가슴을 열지 않아도
이제 이 땅의 밥공기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당신은 어렴풋이 당신의 성씨가 이 씨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당신은 ‘밥’ 씨이기 이전에도 밥이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떨어져 있는 내내 부모나 형제에게
당신은 늘 먹어도 씹어도 줄지 않는 고봉밥이었다
이동호(1966~) ‘Mr. 밥’중에서
외국으로 입양된 한국아이가 공교롭게도 ‘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어느 날 문득 낯선 땅으로 떨어진, 한국 품종의 볍씨이니 ‘설익은 밥이나 삼층밥’이 되어 살았다는 표현이라야 맞다. 그것은 다 지지리도 못난, 천수답 같은 부모를 만난 탓이다. 그렇게 버림을 받고도 부모의 나라라고 찾아오는 그들을 보면 핏줄이 뭔가 싶은 것이 내가 다 죄인만 같다. 고아수출국이란, 이 부끄러운 말을 더 이상 듣지 않는 대한민국이면 좋겠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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