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4일 예고한 바와 같이 북한은 12월 1일부터 개성공단 관리직 및 입주회사 직원 축소, 남북경협협의사무소 폐쇄, 육로통행 제한, 개성관광 중단, 경의선 운행 중지 등 일련의 남북교류 차단조치를 취하였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대한 지원 업무가 차질을 빚고 있고, 통행·통관 등에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소나기 퍼붓듯 북한이 강경조치를 동시다발적으로 실행에 옮긴 배경과 의도에 대해선 서너 가지로 풀이할 수 있다. 남한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 표시와 햇볕정책에로의 회귀 강요, 김정일 건강이상설 등 체제 동요를 막기 위한 사전 포석, 남남갈등을 노린 고도의 대남 심리전, 6자회담 등 향후 미국과의 핵협상에 대비한 협상 입지 강화 등 한 마디로 충격요법을 통해 한반도에 긴장을 한껏 고조시킴으로써 이명박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고, 이를 발판으로 최대한의 실리를 챙기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의 교류 제한조치가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재가한 ‘대내용’이라고 한다. 현재 북한은 체제불만 및 민심 이반, 시장주의 확산, 대남 의존심리 등을 ‘3대 체제위협’ 요인으로 간주하고, 이에 동조·편승하는 세력을 소탕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이 같은 체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군부를 앞세워 개성공단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김정일 와병설이 등장한 이후 후계문제가 은밀하게 거론되자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핵심 측근들이 권력엘리트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이 교류 차단조치를 취하면서도 현지 생산기업에는 다소 관대하게 대우(경영에 필요한 인원은 잔류 허용)하는 등 개성공단 위축에 따른 경제손실을 줄이려 한 대목이 이해가 간다.
북한이 지난 10여 년간 남북교류에 호응하면서도 자본주의 요소 유입 차단 등 사회 주의체제 이완 방지에 고심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90년대 초반 북한 당국이 나진·선봉지역을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지정해 개발에 박차를 가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97년경 현지지도를 통해 ‘황색 바람’을 경고하자, 이후 나선지역의 대외개방이 더 이상 진척을 보지 못한 것은 그 좋은 예다.
최근 조선노동당과 국가안전보위부 등이 ‘특별 검열단’을 구성해 한국 TV 드라마 등 동영상을 보는 주민에 대한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 또한 ‘남한 물빼기’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작년 말 이후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내각 산하 민족경제연합회(민경련) 등 대남기관에 대해 대대적인 사정 작업을 벌인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
그러기에 이번 사태 발생의 책임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부정하고 집요하게 남북대결을 추구해 온 남측에 있다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부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면적인 남북대화를 제안(7.11 국회 개원 연설 등)했고, 당국 간 대화를 재개하여 현실을 바탕으로 상호 존중의 정신 아래 가능한 것부터 협의·실천해 나가자는 입장을 누차 밝힌 바 있다. 북측이 전단(삐라) 살포를 강경책의 명분으로 내세우기도 하지만, 해당 민간단체가 5년 전부터 해 온 일을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전후사정이 어떠하든 개성공단은 북한의 개방 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이곳에서 성공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어느 나라도 북한에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개성공단을 볼모로 잡는 구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대신에 정치적인 외풍을 받지 않도록 하면서 이 지역을 진정 남북 상생·공영의 사업장으로 발전시키는 데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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