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듯이 장관들을 보면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 윤곽이 잡힌다. 새 정권의 인상은 대통령 당선자가 자기주변에 어떤 사람을 갖다 놓느냐 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마바 대통령 당선자의 입각명단은 화려하다. 우선 국무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 UN대사가 여성이다. 법무장관은 흑인이다. 상무장관은 라티노다. 그리고 원호처 장관은 일본계다.
비서실장은 색깔 진한 유대계다. 국방장관은 공화당계다.
학벌로 보면 완전히 아이비리그 및 동부명문대 엘리트 집단이다. 경제팀을 이끄는 경제자문위원 서머스는 하버드총장 출신이고 재무장관은 존스 합킨스, 예산국장은 프린스턴, 내각담당 비서관 크리스토 루 등 수석비서관 4명이 오바마와 동창인 하버드 법대 출신이다. 여성들만 해도 힐러리 국무장관이 예일 출신이고 유엔대사 수잔 라이스가 빌 클린턴과 동문인 로즈 스칼라 출신이다.
오바마 내각 및 참모들은 학벌이 너무 쟁쟁해 마치 백악관이 SAT 성적순으로 사람을 뽑은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마저 프린스턴과 하버드를 졸업했다. 케네디정부이후 가장 엘리트 집단이다.
부시 행정부와는 너무나 비교가 된다. 부시는 자신이 예일을 나왔지만 아이비리그 출신을 싫어했다. 체니 부통령은 와이오밍 대 출신, 재무장관 오닐은 캘리포니아 프레스노 대학을 졸업한데다 측근중의 측근인 칼 로브는 고교출신이었다. 부시는 곤잘레스 법무장관 등 텍사스 출신과 극우 기독교 신자인 팻 로벗슨 목사가 세운 리젠대 출신들을 기용했다.
이번 오바마의 인선에서 가장 믿음직스런 인사는 일본계인 전 육군참모총장 에릭 신세키(66)의 원호처 장관 임명이다. 그는 부시 밑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지내면서 이라크 전을 둘러싸고 장관인 럼스펠드에게 진언하다가 잘못 보여 퇴역한 4성 장군 출신이다. 양심적이고 과묵하며 엘리트이면서도 실무능력이 뛰어난 보기 드문 군인이었다.
원호처는 24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펜타곤 다음의 규모 큰 행정기관으로 이라크 전으로 인한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골치 아픈 부서로 꼽히고 있다. 신세키 인사는 미국에 사는 동양인들에게 무척 고무적이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신세키는 장관들 중 유일하게 오바마와 동향이다. 오바마 대통령당선자는 호놀룰루의 명문고교인 ‘푸나후’를 졸업 했는데 여성골퍼인 미셸 위가 바로 푸나후 출신으로 오바마 당선자와 고교동창이다.
엘리트 참모들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아이디어와 창의력은 풍부하지만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해 팀웍의 분위기를 깨는 경우가 많다. 문제파악과 아이디어는 뛰어나지만 집행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잦아 실무형이라기 보다는 보좌관형에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부시는 집행능력이 있는 군인출신 파월을 국무장관에 앉혔었지만 인삼도 무밭에 가져다 심으면 무가 되는 것처럼 파월은 극우파 부시 참모 사이에 끼어 빛을 보지 못하고 물러났다.
질병은 초기에 진단하기가 어렵고 오래되면 수술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진단 잘하는 의사가 수술도 잘하느냐. 그건 다른 이야기다. 오바마 팀은 얼굴로 보아 진단의 명의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수술도 잘하느냐는 두고 볼 일이다. 엘리트들이 너무 많이 모여 있는 것이 오바마 정부의 장점이자 약점이다.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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