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령 끝나 실마 집에 간 마성남씨
“200년 된 조선백자 흔적도 안 남아”
“이것 저것 챙길 시간이 없었습니다. 새벽 1시에 갑자기 집에서 나가라고 해서 금고에 넣어둔 서류들만 챙겨갖고 서둘러 빠져 나갔지요”
산불 직후 관계 당국에 의해 내려진 강제 대피령으로 집을 떠난 주민들의 출입이 처음 허용된 19일 오전 ‘세이어 산불’(Sayre Fire)로 폐허가 된 모빌홈 단지 곳곳에는 불탄 집과 잿더미로 변해버린 가재도구들을 정리하는 입주자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불에 새카맣게 탄 채 내버려진 자동차만 해도 수십여대는 되어 보였다.
오크리지 모빌홈 단지에 있던 한인소유 주택은 단 2곳. 두 곳 모두 마성남씨 부부가 소유하고 있었지만 한 채는 마씨 부부가 불과 2주 전 다른 한인 가족에게 렌트를 준 곳이다.
이날 오전 잿더미로 변해버린 집을 다시 찾은 마씨 가족은 그동안 곱게 모아놓은 동전들을 찾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장인 어른으로부터 물려받은 200년된 조선 백자는 흔적조차 없었다.
“보시다시피 집이고 가재도구고 홀랑 다 타버렸네요. 건질 건 그동안 모아놓은 동전뿐이네요. 액수도 액수지만 희귀 동전도 있고, 새로 나온 물건은 빠짐없이 챙겼거든요”
다행스럽게도 마씨의 표정은 그리 어두워 보이지는 않았다. 화재를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집안 가재도구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화재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매달 700달러의 보험료를 지불한 화재보험은 이번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게 됐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은 마씨가 세를 준 집에 살던 세입자 가정이다.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가 팔리지 않아 불과 2주 전에 세를 놓은 곳인데 이번에 그 집도 잿더미로 변한 것.
“정말 미안하네요. 그 집은 가재도구 보험조차 없을 텐데…”
마씨는 구세군 자원봉사자들이 건네주는 생수를 한 모금 마시고는 보상조건을 상담하기 위해 미국인 사위와 함께 보험회사로 발길을 돌렸다.
<정대용 기자>
화재 발생 후 처음으로 19일 잿더미로 변해버린 모빌 홈을 찾은 마성남씨의 부인과 딸이 집터 위에서 정성껏 수집했던 동전들을 찾고 있다. <박상혁 기자>
나성영락교회, 산불 피해 돕기 3만달러 성금
나성영락교회(담임 림형천 목사) 관계자들은 19일 샌타모니카 적십자사 지부 사무실을 방문, 재해지역 복구를 위해 성금 3만달러를 전달했다. 나성영락교회는 중국 대지진, 미얀마 사태 등 기금이 필요할 때마다 적십자사에 성금을 기부했었다.
장인관 선교담당 목사는 “주말 내내 교인들과 함께 산불이 진압되기를 기도했다”며 “이번 성금을 시작으로 피해자들을 돕는 손길들이 더 모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성영락교회 장인관 선교담당 목사(오른쪽 두 번째)가 샌타모니카 적십자사 존 파체코 대표(가운데)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박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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