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2월로 기억된다. 자동차 공장에 다니다 불경기를 맞아 실직당한 백인이 분풀이로 거리에서 일본 자동차를 도끼로 부수는 쇼킹한 사진이 보도된 적이 있다. 그런데 디트로이트는 요즘 불경기 정도가 아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자동차 업계의 왕으로 불리어 온 GM(제네럴 모터스)이 파산에 직면해 있다. 도대체 미국 자동차는 70년 대 말 일어난 일본자동차 파동 이래 30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위스콘신주의 제인스빌에 GM의 오래된 생산 공장이 있다. GM은 여기서 SUV, 유콘, 타호, 서버번 등 대형차량을 만들어 크게 히트했다. 제인스빌은 지난 30년 동안 전천후로 번창일로를 걸어 공장직원들이 오버타임에 신물이 날 정도로 일거리가 많았고 보너스가 넘쳐흘렀다.
이를 본 포드와 클라이슬러도 엑스플로러, 블레이저 등을 내놓아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이때부터 세단의 인기가 떨어지고 미국거리에 개솔린 소비가 큰 유틸리티 카가 거리에 넘치는 오늘의 기현상을 이루게 되었다.
디트로이트는 왜 소형차 생산을 기피해 왔는가. 소형차는 이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형차 시장은 일본과 한국에게 내주고 대형차 시장만을 독점하고 있다가 유가폭등이 닥쳐 판매가 45퍼센트나 떨어지자 생존 자체가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만약 GM이 파산하면 산하 납품업체까지 합쳐 250만명의 실직자가 생겨난다고 현지 신문들이 보도하고 있다. 돈 벌었을 때 소형차 연구에 재투자 하지 않고 흥청거린 GM을 국민세금으로 또 구제해준다? 기가 찰뿐이다.
“안도와주면 나 파산해 버릴 꺼야”의 자폭게임이 금융계에 이어 자동차 산업계에도 도미노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을 인질로 잡는 미국 경제의 러시안 룰렛게임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GM은 세계 제일의 자동차 메이커이고 미국산업의 상징이다. “GM에 이로운 것은 미국에도 이롭다”라는 표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GM에 이로운 것은 미국에 해로울 수도 있는 세상으로 변했다.
GM은 지금 킹콩의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워하고 있지만 반성의 표정이 없어 동정이 가질 않는다. 지난 30년 동안 소형차 개발에 전력투구를 했더라면 오늘날 토요타의 캠리와 프리우스가 미국을 누비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1등에서 2등으로 내려가면 경쟁에서 한 단계 밀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마련이다. 하이브릿 카 붐도 지나가고 있고 이제 배터리 자동차 시대가 열리기 일보직전이다. 여기서도 일본이 앞서 있어 정부가 지금 GM을 구제해 줘도 앞으로 미국자동차가 경쟁력을 갖춘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다.
미국자동차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번 기회에 디트로이트의 ‘빅3’중 한 개는 쓰러지더라도 내버려 두어야 한다. ‘빅2’로 줄어드는 것이 전화위복일수도 있다. 미국자동차가 일본이나 한국의 소형차를 이기기 위해서는 한번은 아이 낳는 진통을 치러야 한다.
스티븐스 주한미대사의 한국부임 첫 부탁이 “미국 차 좀 사주세요”였던 모양인데 그렇게 부탁해서 해결될 위기가 아니다. 오만과 단기이익에만 눈이 먼 미국자동차 업계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 갤런 당 15마일의 대형차를 혼자 타고 출근하는 미 국민들의 분수 모르는 자세도 이번 기회에 고쳐져야 한다. 미국 자동차 문화야말로 ‘변화’해야 할 때다.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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