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들의 위상은 뭐니 뭐니 해도 달러와 직결돼 있다. 1988년 한국이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가 600원대로 치솟은 적이 있다.
이 때 한국을 방문한 미주 한인들은 살인적인 물가에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당시만 해도 돈이 넘치던 한국인들은 그 전까지 동경의 대상이던 미국과 미주 한인들을 은근히 우습게보기 시작했다. ‘LA 거지’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즈음이다.
그러나 90년대 말 IMF 사태가 터지면서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원화 환율이 한 때 2,000까지 치솟으면서 달러는 왕 대접을 받았고 그와 비례해 미주 한인들의 위상도 높아졌다. 은행이나 정부, 기업 모두 한 푼이라도 달러를 구하느라 안간힘을 썼고 달러를 쥔 사람은 하늘 같이 모셨다.
전 세계가 금융 위기로 아우성이지만 지금 달러를 가지고 한국에 들어가는 한인은 오랜만에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닐 수 있다. 정부에서도 해외 한인들의 달러 송금을 적극 장려하고 있고 은행들도 달러 예금을 하러 온 미주 한인이라면 칙사 대접을 해준다.
또 하나 좋은 것은 한국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싸졌다는 점이다. 심한 불경기로 상인들이 앞 다퉈 물건 값을 내리고 있는데다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가 연초 900대에서 1,400대로 폭락하면서 달러를 가진 사람은 한국 물건을 거저 주을 수 있게 됐다. 웬만한 직장인들을 위한 식당들의 점심 가격이 5,000원에서 6,000원이고 심지어는 자장면 가격을 2,000원까지 내린 곳도 있다. 1달러 50센트로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상용품이 아니라 투자 상품은 이보다 더 하다. 불과 몇 달 전 2,000선을 웃돌던 한국 코스피 지수는 이제 900대에서 헤매고 있다. 원화 가치가 30% 이상 폭락한데다 주가가 반 토막이 나면서 미주 한인들은 80% 바겐세일 가격에 한국 주식을 살 수 있다. ‘강남 불패’를 외치 던 도곡동 등 고급지역을 포함한 거의 모든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면서 지난 수년 내 어느 때 보다 싸게 집을 장만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단기간 환율이 어떻게 변할지,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현 재 한국의 자산이 지나치게 과소평가 돼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에 와보면 누구나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달러에 대한 원화의 적정 환율이 1,000대 1이하로 보고 있다.
현재 환율은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무역 적자와 금융 위기로 투자가들의 달러 매수가 심화 되면서 극히 왜곡돼 있으며 유가 하락과 함께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신용 경색이 완화되면 내년에는 정상 수준으로 돌아설 것이란 얘기다.
어찌 됐든 고환율은 미주한인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투자의 기본 원리는 좋은 물건을 싸게 사 비싸게 파는 것이다. 여유 돈이 있으면 달러를 보내 한국도 돕고 고수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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