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것은 기적에 속한다.”
6개월 전 미국의 어느 신문이 보도한 내용이다. 왜 그런가. 미국에서 대통령이 되려면 백인들의 다수표를 얻는 것이 필수요건이다. 그런데 오바마는 흑인이다. 백인들이 흑인을 대통령에 뽑을 리가 없다는 것이 보편화된 상식이다.
그러나 투표를 일주일 앞둔 미국의 선거 분위기는 “매케인이 승리한다면 그것은 기적에 속한다”로 바뀌고 있다. 그가 확실하게 리드하고 있는 주는 인디애나와 웨스트버지니아뿐이다. 매케인이 마지막 희망을 가지려면 오하이오, 네바다, 플로리다, 버지니아,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콜로라도 등 7개 주를 확실히 장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서도 지금 밀리고 있다.
왜 백인들이 오바마를 지지하고 있을까. 얼마 전 어느 미국인 칼럼니스트가 이렇게 표현했다. “물에 빠진 자는 자신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흑인이냐, 백인이냐를 따질 수가 없다. 팔뚝이 굵은가 가는가가 문제될 뿐이다.”
오바마는 속으로 부시에게 감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부시가 아니었다면 흑인인 오바마가 백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만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부시 요인이 결정적인 이유로 꼽힐 것이다. 오바마의 선거구호인 ‘변화’가 먹혀 들어간 것도 부시의 실정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지금 “도저히 못 참겠다”는 폭발 직전 단계에 이르러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바로 매케인의 치명타가 되고 있다.
2008년의 미국 대선은 오바마 대 매케인의 대결이 아니라 “오바마를 뽑느냐 안 뽑느냐”의 선택이다. 오바마의 당선도 뉴스지만 오바마의 낙선도 이에 못지않은 뉴스가 될 것이다. 오바마의 당선 가능성은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가시화 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매케인 표는 매케인 지지라기보다 “오바마 반대표”라고 말하는 것이 적절하다.
물론 선거 이전의 여론조사 지지와 개표 때의 리드에는 차이가 있다. 빌 클린턴은 부시(시니어)를 14포인트 리드했으나 개표 했을 때 6포인트로 나타났고 카터는 포드에 13포인트 리드하고 있었으나 뚜껑을 열었을 때는 불과 2포인트 앞서 있었다.
오바마가 승리한다면 그것은 압승이 아니라 아슬아슬한 신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사다. 시민권을 갖고 있는 한인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미국 역사에 획을 긋는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누구를 찍을 것인가. 투표를 앞두고 고민하는 한인들을 자주 본다. 분명한 것은 이번 선거의 시대적인 사명이 ‘변화’라는 사실이다. 오바마의 캠페인 구호가 ‘변화’이지만 매케인의 주장도 ‘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미국이 지금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은 민주 공화 양당후보와 모든 국민들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누구를 뽑아야 미국에 변화가 올 것인가. 누구에게 병든 미국의 치료를 맡길 것인가.
지금은 미남 의사를 찾아갈 때가 아니다. 능력 있는 의사를 찾아야 할 때다. 환자의 병이 중하면 의사가 미남이냐 추남이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흑인이냐 백인이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병을 고칠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가 선택의 기준이다
이철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