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임상심리치료사)
지난 수 년간 정서문제나 행동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치료하면서 느껴온 점은 아동의 건강한 성장발달에 있어서 부모-자녀간의 신뢰감과 안정감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아동기에 많이 발생될 수 있는 불리불안장애, 행동 및 반항장애, 학교공포증, 선택적 함구증 등은 아동의 심리기제 안에 형성되어야 할 신뢰감과 안정감의 결여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부모로부터 적절한 보호와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자라난 아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고, 더 나아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안한 정서를 발전시키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스위스 태생의 자연과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인 삐아제(Piaget)의 인지발달이론에는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이라는 개념이 있다. 삐아제는 아동의 발달단계에서 출생에서 18개월에 이르는 감각 운동기(Sensory-motor stage)가 끝날 무렵에 건강하게 발달한 영아의 인지구조 속에 대상 영속성이 형성된다고 말한다. 대상 영속성이란 어떤 물체가 보이고, 만져지고, 냄새 나고, 소리 나지 않을 때에도 그 물체는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사물에 대한 인지감각적인 학습과 경험에 의해 그 대상이 시야에서 없어도 계속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영아는 태어나서부터 자신을 돌보는 어머니라는 존재와 관계를 맺는다. 이 감각 운동기의 중하위단계에서 영아는 어머니라는 대상이 눈앞에 있어야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위단계로 발전할수록 영아들은 어머니가 눈앞에 존재하지 않아도 어딘가에 있다라는 사라진 대상에 대한 심상을 발달시키게 되는 것이다.
즉,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으로 영아를 돌보게 되면, 영아는 자신이 울거나 필요할 때 눈앞에 보이지 않다가도 늘 자신에게 나타나는 어머니에 대한 구체적인 믿음을 갖게 된다.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머니는 어딘가에 있는 존재라는 확연한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영아가 갖게 되는 이 대상영속성이 어머니와 영아의 신뢰형성의 산물이다. 만약, 영아가 이 믿음을 발달시키지 못할 때에는 불안이나 우울 같은 심리발달적 측면에서의 장애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부모로부터의 안정감 있는 보호와 신뢰는 자녀양육의 필수조건인 것이다.
이것은 비단 영아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유아기, 아동기 및 청소년기에 걸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원리이다. 무시와 거부와 비난하는 것이 아이를 바르게 키워내는 것이라는 개념은 이미 박물관에 전시되어야 할 과거의 유물에 불과하다. 힘들 때 옆에 있어주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고, 좌절했을 때 위로해주며, 실패했을 때 등을 두드려주는 부모가 될 때 우리 자녀들은 보다 건강하고 안정감 있는 인격으로 자신감과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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