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그라나다 힐스 고등학교에서 SAT 시험문제가 유출되고 관련 학생이 무더기로 징계를 당해 학교 주변이 시끌시끌하다. 시험지 유출, 성적 변조, 커닝 등 시험 부정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지레 가슴이 철렁한
것이 사실이다. “혹시라도 한인학생이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려는 다시한번 사실로 드러났다. 연루자들 중 상당수가 한인학생들로 알려졌다.
학생들이 시험지를 훔쳐내고, 컴퓨터로 성적을 조작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 때문이다. 대학원서 접수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SAT 점수를 잘 받아야한다는 강박감이 필경 학생들의 양심의 눈을 멀게 했을 것이다. 10대는 몸만 어른일 뿐 정신적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부나비 같은 존재들이다. 파멸의 길인 것이 뻔한 데도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뛰어드는 어리석음을 종종 저지른다. 많은 경우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고, 스트레스의 상당부분은 부모에게서 온다. 지나친 교육열이 화근이다.
교육에 대한 열정은 한인 이민의 의미이자 보람이며 성장 동력이다.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면 희생 못할 것이 없는 우리의 교육열은 타민족들에게 좋은 자극이자 본보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열정은 뜨겁기만 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바른 방향으로 바르게 적용이 될 때 제 기능을 한다.
한인들의 교육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첫째, 성적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다. ‘높은 점수-명문대-좋은 직장-성공’이라는 한국식 단선구도가 머리에 깊이 박힌 탓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시스템과는 거리가 있다. SAT 한번 잘 봤다고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둘째, 대학과 전공은 자녀의 적성·장래 희망에 따라 선택해야 옳다. 많은 한인부모들의 교육열은 알고 보면 대학의 이름에 대한 열정이다. 그래서 자녀를 한 단계라도 더 이름 있는 대학에 밀어 넣으려고 애를 쓰는 과정에서 자녀들은 종종 스트레스의 희생물이 되고 만다.
미국의 교육시스템은 제2, 제3의 기회를 항시 열어두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목표만 뚜렷하면 언제든 뜻을 이룰 수가 있다. 그러나 ‘사람’ 교육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자녀교육에 후회가 없으려면 우선순위를 분명해야 한다. ‘사람’부터 만든 후에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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