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미주 한인들이 주장해 오던 재외 한인의 투표권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중앙 선거관리 위원회는 15일 상사지사 주재원과 유학생은 물론 영주권자에게도 투표권을 주는 선거법 개정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300만에 이르는 재외 국민은 대선과 총선에 한해 현지 공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나 우편 투표를 통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한 현행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고 여야 모두 재외국민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투표권이 주어지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실제로 투표에 참가할 사람 수는 전체 유권자의 6.3%인 24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지난 번 두 차례 대선이 불과 수십만 표 차이로 결과가 달라진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한국 선거에서 해외 한인들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재외 한인에 대한 투표권 부여는 그 동안 한국 정치인들로부터 숱한 공수표만 받아온 한인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이로 인한 문제점도 없지 않다. 우선 기술적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유권자 명부를 만들어 관리하는 문제다. 이중 투표나 대리 투표 등 부작용이 없도록 만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해외 한인들의 투표에 대한 일부 한국인들의 부정적인 반응이다. 납세와 국방 등 의무는 지지 않으면서 권리만 행사하려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주는 대신 병역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헌법 재판소는 투표권을 주는 것과 병역 의무 부과는 별개 사항이라고 판결한 바 있지만 한국민의 이런 감정을 무시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더 심각한 걱정거리는 일단 미국 등 해외로 나온 이상 사는 곳의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한인들의 눈길을 한국 정치판으로 끌어들여 현지에 정착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의 혼탁한 선거 분위기가 해외 한인 사회에서 재연돼 커뮤니티가 분열상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 선관위의 재외 국민 투표권 부여 결정은 한인들 권익 향상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투표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한인 커뮤니티의 중지를 모을 때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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