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관 지붕공사비 유용 의혹에 맞서 11일 반박자료를 제시한 오재봉 회장 등 22대 집행부와 루핑업자 강용환 사장은 문제를 제기한 25대 측의 반응을 보아가며 차후 대응의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22대 집행부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입출금 내역이 담긴 나라은행 한인회 계좌 스테이트먼트와 22대 한인회의 재정보고서 등 공금유용설을 잠재울 ‘확실한’ 증빙자료를 제시한 만큼 유용설을 제기해 조사위원회까지 구성한 25대 한인회측에 일단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25대 한인회는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은 박영규 부회장이 한국에서 돌아오는 대로 본격적인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어 전·현 한인회 집행부 사이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오재봉 회장은 12일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언론에 알리기전 25대 한인회측이 22대 한인회의 공금유용에 관한 의혹이 있으니 관련자료를 보내달라고 협조부탁을 했다면 당연히 들어줬을 것”이라며 “간단히 처리될 문제를 아무런 조사도 없이 언론에 무턱대고 터트린 25대 한인회를 상대로 증빙자료를 제시하며 기자회견까지 한마당에 더이상 무슨 협조를 해달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 회장은 이어“이번 사건은 나만이 아닌 22대 한인회 전체의 문제인 만큼 (22대 한인회 집행부의) 논의를 거쳐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석찬 회장은“의혹이 있으니 현 한인회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올려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하고“진상조사위에서 조사를 위해 협조 공문을 22대 한인회와 강용한 사장에게 보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어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익명의 제보자로 인해 자체조사를 진행중인 MOCI에게 한인회 진상조사위의 조사내용도 알려줘야 하고 또 한인사회를 위해서라도 22대와 25대가 서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터인데 안타깝다”면서 “박영규 조사위원장이 한국에서 돌아오는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시작할 것이며 17일경 22대 한인회의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표명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전 회장과 이 회장의 이같은 이야기만 들어보면 양측의 공방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MOCI의 개입으로 한인회관 지붕수리비 문제를 22대, 25대 한인회만의 문제가 아닌 한인커뮤니티 전체 차원의 문제로 보고 있는 시각이 늘고 있고, 한인동포사회를 위해 빠른 시일안에 양측이 이번 사건을 봉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22대와 25대 모두 끝까지 해보자 식으로 나가기 부담스러운 것 역시 사실이다.
한편, MOCI의 조사를 촉발시킨 익명의 남성(?) 제보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현재로는 22대와 25대 사이의 ‘공금유용’의혹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설’까지도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SF한인회 관계자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만약 이 익명의 제보자가 한인회 관계자라는 설이 맞는다면 한 단체, 혹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MOCI의 조사가 불러올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행동했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힘들다.
<김덕중 기자> dj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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