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사이에 친구 남편이 둘이나 쓰러졌어요. 여자들은 푸념이라도 늘어놓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데 남자들은 그걸 못해요. 입 꾹 다물고 혼자서 끙끙 앓다가 쓰러지는 것이지요”
다운타운에서 자영업을 하는 60대 초반 여성의 말이다.
한국에서 탤런트 안재환(36)씨가 빚에 몰려 자살한 사건이 전해지면서 남가주 한인들 중에도 빚에 눌려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주택시장 무너지고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위의 여성 자영업자는 현재 가게를 내놓은 상태이다. 17년째 장사를 해왔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한다. 몇 년 동안 모아둔 비상금을 야금야금 꺼내 쓰면서 버텨왔는데 이제 그마저 바닥이 났으니 비즈니스를 접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봉제공장 등 주위의 다른 업소들과 비교하면 그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비상금을 축내서 그렇지 아직 빚을 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제품들이 헐값에 밀려들어온 후 다운타운 봉제공장들 중에는 한달내내 제대로 된 물건 한 장 못 만들고 넘어가는 공장들이 없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덜컥 공장 문을 닫을 수도 없어 버티자니 은행이건 지인이건 남의 돈을 쓰게 되고, 그렇게 되면 업주의 스트레스는 더 심해지는 것이다. 봉제공장을 하던 그의 친구 남편도 속을 끓이다 몇달전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었다.
경기가 나빠지면 모두가 어려움을 겪지만 그중에서도 힘든 경우는 남의 돈으로 사업을 확장한 케이스들이다. 사업이 곧잘 되기 때문에 좀 더 키우면 승산이 있겠다 싶어 남의 돈을 끌어들이거나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했는데, 하필 그때 불경기가 닥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입은 줄고 갚아야 할 돈은 많으니 하루하루가 ‘쩐의 전쟁’이다. 이 돈 끌어다 저 돈 갚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기를 반복하며 겨우겨우 버티는 데 그러자니 사는 게 칼날 위를 걸어가는 것 같이 아슬아슬 하다.
이번에 자살한 안재환씨 케이스도 알고 보면 사업 확장이 화근이었다.
1996년 MBC 25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그는 서울대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데뷔 초기 눈길을 끌기도 했었다.
그가 처음 사업에 손을 댄 것은 2004년 퓨전 호프집이었다. 호프집으로 재미를 보자 그 이듬해 그는 강남에 술집을 차렸다. 지인들의 돈을 끌어 모으고 은행 대출을 받아 초기 투자금으로 18억원을 들였다니 꽤 규모가 큰 술집인 것 같다. 인터콘티넨탈 호텔 근처로 위치도 좋고, 연예인으로서 그의 인지도도 작용해 술집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아마 거기까지였던 모양이었다. 이후 술집 2호점을 내고, 영화 제작에 뛰어들고, 화장품 사업을 벌이는 등 사업을 계속 확장했지만 모두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나가 실패하니 그걸 메우기 위해 또 다른 걸 벌이다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이다.
“빚으로 사업하지 말 것” “물러나야 할 때를 알 것” - 투자의 달인 워렌 버핏의 충고는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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