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해는 한인들 사이에 국제적 논쟁기로 기억될 만큼 잦은 사건들이 계속 이어졌다.
수십년째 끌어오는 독도 영유권 분쟁 및 미 쇠고기 수입반대, 올림픽 성화봉송 폭력충돌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로 한국을 비롯한 미주 한인사회도 술렁였고 사안에 따라 크고 작은 거리시위가 형성됐다.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바이니 시위를 통해 특정 이슈에 대한 집단적 견해를 제기하는 행위에 시비를 걸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한인사회의 경우 사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지 못하는 ‘전시성 시위’가 너무 잦은 게 사실이다.
지난 8월15일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는 제63회 광복절 기념식 이후 몇몇 한인 단체들이 일본정부 독도 영유권 만행 규탄 시위 거리집회를 가졌다. 당시 집회는 주로 한국인들이 다니는 거리의 한국 슈퍼마켓 앞에서 한국어 구호로 진행됐다. 당시 그 앞을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본다 할지라도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주류사회에 우리의 주장을 알린다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물론 한인들의 이같은 ‘장외 의사표시’는 로컬 언론에 단 한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지난 주 LPGA에서 참가 선수들의 영어사용 의무화가 제기되자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관계자 중 한명은 “이거 시위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LPGA의 당시 결정은 한인이라면 누구나 열을 받게 만들었지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것이 집단적 분노를 삭이는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다.
시위는 참가자들을 통한 사회적 여론형성의 기회를 가질 뿐 당면한 문제의 해결수단이 될 수 없다. 문제의 해결은 어떤 상황에서건 결정권을 가진 단체와의 직접 협상에 의해 실현된다.
거리시위는 여론형성이라는 목표가 있으나 군중심리의 자극이라는 문제점도 수반한다. 군중심리란 집단속의 개인이 자신들 이상의 행동을 하는 심리상태를 지칭하며 참가 개개인의 합리적 판단이 결여될 위험을 내포하기도 한다. 올바른 가치관 형성이 선행되지 않는 한 시위는 문제의 원인 파악이나 해결책 제시보다는 대중적 홍보만을 반복하는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틈바구니에서 살아온 한인들은 시위를 말할 때 한국의 4.19혁명과 5.16항쟁을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린다.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시위 속에 성장해 왔다는 관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민주화 완성의 단계에 있다.
’남들도 하니까’가 아니라 문제의 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먼저 제시해 여론의 지지를 얻고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낼 방법론을 찾아내는 것이 민주적이고 실질적인 문제 접근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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