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에서는 개솔린 차보다 ¼가격으로 운행 가능
차 구하기 힘들고 개스 주유소 부족 등 문제점도
미국에서 개스 값이 제일 싼 곳은 아마 유타일 것이다. 이곳에서는 갤런 당 87센트만 내면 된다. 너무 인기가 있어 줄을 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료가 동이 날 때도 있고 어떤 날은 반밖에 넣지 못하는 때도 있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이 사는 것은 개솔린이 아니라 천연 개스다. 정부 시책과 개인들의 노력으로 유타는 미국에서 처음 천연 개스로 가는 차들이 널리 보급되고 있는 주가 됐다. 주민들은 인터넷과 전국 자동차 시장을 돌며 중고 개스 차를 찾고 있다. 트럭과 SUV를 개스 차로 바꾸기 위해 수천 달러를 쓰기도 한다. 개스를 파는 주유소는 물량이 딸려 새벽 전에 다시 오라며 운전사를 돌려보내기도 한다.
이런 일은 작년 개솔린 값이 갤런 당 3달러 25센트를 넘어서며 시작됐으며 최근에는 개스 차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주요 자동차 회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개스 차를 생산하고 있는 혼다의 시빅 GX 판매원인 론 브라운은 혼다가 올해 만든 800대 중 1/4을 이미 팔았으며 새 차를 기다리는 고객 330명으로부터 입금 전표를 받아 놓고 있다. 브라운은 “사람들이 차를 사자마자 되팔고 있다”고 말했다.
개스 차 옹호자들은 개스 차가 이처럼 잘 팔리는 것은 개스가 수입 석유를 제치고 미래의 연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근 국내 천연 개스 생산이 늘어난 것은 이 연료를 좀 더 널리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어느 정도 이는 유타에서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천연 개스는 이곳에서 특히 싸다. 3달러 95센트를 주고 개솔린 1갤런을 넣는 대신 87센트 어치 개스를 넣으면 같은 거리를 갈 수 있다.
개스 차에 대한 소식이 퍼지면서 너무 많은 유타 주민들이 이를 사려 해 전국적으로 차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존 헌츠먼 유타 주지사는 작년 자기 돈 1만2,000달러를 들여 공용 SUV를 개스 차로 바꿨다. 그는 “우리가 먼저 시범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며 “다른 모든 주들도 이를 따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타만이 갖고 있는 강점이 있다. 천연 개스 가격은 전국에서 가장 싼 반면 개솔린 값은 제일 비싸다. 공공 유틸리티 회사인 퀘스타 개스는 주 전역에 천연 개스 주유소를 갖추고 있는데 다른 주는 이런 시설이 없다.
수입 석유를 대체하기 위해 풍력과 천연 개스 이용을 주장하고 있는 석유 재벌 T. 분 피킨스 같은 사람은 개스 차의 인기가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유타는 연료와 기술이 이미 있으며 이를 활용하는 것이 수입 석유에 의존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개스 차는 개솔린 차보다 온실 개스 배출량도 20% 적다.
유타에 개스 차가 얼마나 있는지에 관한 공식 통계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EPA의 인정을 받지 못한 불법 차량 개조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퀘스타는 현재 6,000대 이상의 개스 차가 있으며 매달 수백 대씩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 전체 자동차 수가 270만 대인 것에 비하면 적지만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한다.
미국에서 개스 차가 굴러다닌 지는 오래 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전 세계 800만 대의 개스 차 중 미국에 있는 것은 11만6,000대에 불과하며 그나마 대부분인 버스 등에 국한돼 있다.
90년대 연방 의회는 정부 차 중 일부를 개스 차로 할 것을 의무화 했지만 개솔린 가격이 폭락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다. 혼다를 제외하고는 모든 주요 자동차 제조 회사가 미국내 개스 차 생산을 중단했다.
주행 거리가 짧고 주유소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개스 차는 풀탱크를 넣어도 개솔린 차의 절반밖에 가지 못한다. 주유 걱정 없이 전 지역을 여행할 수 있는 주는 유타뿐이다. 차 제조업자들은 주유소가 없는 차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고 주유소는 차가 없는데 비싼 개스 공급 시설을 설치하려 않고 있는 형편이다.
가주와 뉴욕, 애리조나 등 일부 주에서는 개스를 파는 수 백 개의 주유소가 있지만 일반에는 팔지 않거나 팔더라도 가격이 개솔린과 별 차이가 없다. 소매 천연 개스 값이 일부 주에서는 유타의 3배에 달한다. 유타와 비슷한 곳은 오클라호마뿐인데 이곳에서도 개스 차 열풍이 불고 있다.
천연 개스업체와 일부 정치인들은 개스 차 전국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스 주유소가 없는 곳에서 일부 주민들은 수천 달러를 들여 집에다 개스 보급 장치를 설치하기도 한다.
이번 가을 가주에서 투표에 부쳐질 주민 발의안은 50억 달러의 공채를 발행, 개스 차 구매자에게 2,000달러의 택스 크레딧을 주도록 하고 있다. 연방 의회에는 개스 차 제조업자와 소비자에게 택스 크레딧을 주고 일부 주유소에 개스 공급 시설 설치를 의무화해 10년 내 개스 차 비율을 전체의 10%로 높이는 법안이 상정돼 있다. 퀘스타의 개스 차 운영 책임자인 코든 라슨은 “인센티브가 있고 연료와 차만 준비된다면 개스 차를 대중화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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