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영(1944~) ‘통회시편’ 전문
뱀보다 더 아름답게 우는 것은 없다.
뱀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다만
스스로를 동여매며 운다.
땅 밑으로 달아나며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라고
가슴을 치며 통곡할
거룩한 손도 없이
꿇어야 할 무릎도 없이
뱀은 스스로를 동여매며
온몸으로 운다.
뱀은 나의 오랜 친구로서
친구인 나는 뱀에게 말했다.
가거라, 울부짖음아
죄지은 내 심장의 고동과 같고
습관처럼 가슴을 치는
내 더러운 손 같은 울부짖음아
가거라, 사람들이 모여
너를 죽이려고 막대기를 들기 전에.
오, 뱀이여
너는 아름다워 죄를 짓는구나.
이브를 꼬였던 뱀은 그날의 형벌로 에덴동산서 여기까지 기어서 왔다. 온몸으로 죄의 대가를 감내하는 셈. 거기에 비하면 사람은 참으로 가증스럽다. 아직까지도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인 사람들은 그날의 죄를 물으며 뱀에게 돌은 던진다. 북처럼 제 가슴 두들기는 이도 없지는 않으나, 돌아서기가 무섭게 방금 전 가슴을 쳤던 손으로 죄를 짓고야 마는 것이 사람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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