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의 어머니 앤은 두 번 결혼했다. 첫 결혼은 케냐 흑인, 두 번째는 인도네시아 유학생이다. 어린 시절 오바마는 자카르타에서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인도네시아 아이들이 그를 보고 ‘깜둥이(니그로)’라고 놀려댔던 모양이다. 그래도 전혀 화내거나 싸우지 않고 함께 어울려 나중에는 모두 친구가 되었다고 그와 함께 자란 인도네시안이 회고한 적이 있다.
1960년대에 백인여성이 흑인남성과 결혼 한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오바마의 어머니앤과 아버지 버락은 하와이의 마우이 섬으로 건너가 결혼식을 올렸는데 친구를 한명도 초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바마는 어머니가 왜 흑인인 케냐 유학생과 결혼하게 되었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고 자서전에서 언급하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나중에 인류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다른 민족에 대해 관심이 깊었다.
오바마는 혼혈이다. 흑인 혈통이기도 하지만 백인혈통이기도 하다. 때문에 백인들로 부터는 흑인으로, 흑인들로 부터는 백인 혼혈아로 따돌려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혼돈을 겪었다. 여기서 오바마 특유의 피부색깔을 초월한 철학이 탄생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흑인 지도자’라고 하면 마틴 루터 킹이나 제시 잭슨 목사 스타일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흑인 지도자들은 항상 분노에 찬 목소리로 미국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최근 ‘갓댐 아메리카’ 발언으로 말썽을 일으킨 라이트 목사의 표정이 표본이다. 백인 지식인층은 흑인들의 부조리 절규에 동감 하면서도 과격한 표현방법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그것을 갈파하고 백인의 지지를 얻어낸 흑인이 바로 버락 오바마다.
그에게는 흑인분노를 느낄 수 없다. 오바마는 자신과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에게 그가 흑인이라는 것을 전혀 느끼지 않게 하는 처세술을 지니고 있다. 항상 미소 띤 얼굴이고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며 긍정적인 자세로 협상한다. 오바마가 하버드에서 치열한 경쟁을 물리치고 신문편집인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백인을 설득 할 줄 아는 흑인이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백인 어머니와 백인 외가에서 자라나 백인들의 사고방식을 누구보다 잘 아는 흑인이라는 것이 다른 흑인과 다른 점이다. “어머니는 나의 흑인 친구들이 마약말썽을 일으켰을 때는 거의 노이로제가 되어 내가 관련되지 않았는지 다그쳤다. 나는 그럴 때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웃으면서 염려 말라고 설득했다”고 오바마는 자서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꿈’에서 밝히고 있다. 그는 어머니를 통해 백인설득 기술을 터득한 것이다. 부시와 매케인은 고집불통이지만 오바마는 협상에 뛰어난 정치인이다. 그래서 짧은 정치경력에 흑인으로 대통령후보가 되는 기적을 이루어 낸 것이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대통령후보에 흑인이 선출된 것만으로도 이미 역사적이다. 그러나 전당대회는 커다란 숙제를 안고 있다. 바로 당의 단합이다. 힐러리 지지자들이 반감을 갖고 있어 잘못하면 이른바 레이건 데모크래트로 불리는 민주당원표가 매케인 쪽으로 갈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오바마 대 매케인이라기보다 오바마 대 오바마다. 오바마가 민주당을 단합 시켜 리더로서의 진면목을 보이면 선거는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고 민주당의 분열을 막지 못하면 매케인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의 협상능력이 일생일대의 실험대에 올라있다.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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