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가 있던 자녀들이 여름방학 동안 돌아와서 집안이 북적북적 해진 가정들이 많이 있다.
고학년은 덜 하지만 대학 1학년을 갓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은 여간 분주한 게 아니다. 1년 동안 헤어졌던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날이면 날마다 파티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등장하는 게 있다. 바로 술이다. 대학 캠퍼스 파티에서 술 마시는 데 익숙해진 아이들이 친구들과 모일 때면 으레 맥주며 와인, 보드카 등 주류를 사들고 모인다.
문제는 그 술을 누가 사느냐이다. 18살 아들의 ‘술심부름’을 했다는 한 주부의 말이다.
“아들이 모임에 가져가겠다며 술을 사달라는 거예요. 아직 나이가 안 되어서 직접 살수가 없으니 대신 사달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아주 당당해요. ‘엄마가 못 사주겠다고 해도 이해한다. 다른 아이의 엄마가 사 줄 테니 염려하지 말라’는 거예요. 어쩔 수가 없더군요”
엄마들이 모두 거절한다고 해서 대학생 자녀들이 술을 못 사는 것도 아니다. 친구들 그룹마다 가짜 신분증 가진 아이들이 한둘씩은 있어서 그들이 술 구매를 전담한다.
“한국에서도 대학 시절 얼마나 술을 많이 마셨어요? 신입생 환영회 때 선배들로부터 제일 먼저 배우는 게 술이었잖아요. 그런데 대학생 아이들에게 무조건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잘못 마시다 적발되면 어쩌나 불안하기도 하고 … 빨리 아이들이 21살이 되기만 바랄 뿐이에요”
대학 1학년생의 나이인 18살이면 미국에서 성인이다. 부모의 허락 없이 결혼할 권리가 있고, 아이들을 입양할 수도 있으며, 미성년자의 법적 후견인이 될 수 있고, 공인된 총포상에서 총을 구입할 수도 있다. 투표를 하고 군대에 갈 수도 있다. 18살이면 책임감과 판단력을 가지고 행동할 만큼 성숙하다고 인정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단 하나 음주만은 예외이다. 미전국의 50개 주가 21세 미만 연령층의 음주를 금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국의 음주연령을 21살로 못 박은 연방법이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각 주정부는 주법으로 음주연령을 정할 권리가 있고, 실제로 1970년대에는 21세보다 낮은 나이, 대개 18세를 음주연령을 정한 주가 절반 이상이었다.
음주연령이 전국적으로 21세가 된 것은 고속도로 지원 연방예산 때문이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시절 음주연령을 21세 이상으로 규정하지 않는 주에 대해서는 고속도로 예산을 10% 삭감한다는 연방법이 통과되면서 주정부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
법정 음주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대학 총장들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듀크, 다트머스, 오하이오 주립대학 등 100여 대학 총장들은 연방의회가 음주 연령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음주는 밥 먹듯 다반사인데 음주연령이 21세로 규정되어 있어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다. 나이 때문에 몰래 마시다 보니 음주가 금지된 장난이나 권위에 대한 도전 같이 되어서 폭음으로 이어질 위험이 오히려 높다는 것이다.
못 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금주령 실시 당시 밀주가 번창했던 것이 좋은 예이다. 음주연령을 현실화해서 음지의 음주를 양지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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