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된 2008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안에는 선수들의 운동경기가 펼쳐지고 있지만 경기장 밖에는 인권 운동가들과 세계인구 5분의 1을 차지한 중국인들 사이에 또 다른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 평화 시위대에 대한 중국 정부의 폭력탄압으로 불거진 티벳사태의 악몽은 세계인의 화합과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이 열리는 지금까지도 계속된다.
올림픽 개최 이전 세계각국을 거쳐간 성화 봉송길에서 티벳의 자유를 외치는 시위대에게 현지거주 중국인들은 나라에 상관없이 무력 사용을 서슴지 않았다.
한국에서 진행된 성화봉송 행사에서는 시청앞에 모인 티벳 시위대를 중국 유학생들이 집단 구타하고 군중에 돌을 던지는 등 무분별한 행동을 보였으며 샌프란시스코 성화봉송은 중국인들과 인권운동가들 사이의 충돌을 우려해 역대 최초로 시민들의 눈을 피한 기습적 봉송이 강행됐다.
올림픽이 열리는 지금도 중국 정부의 강압적 규제는 여전하다. 올림픽 기간동안 전세계 기자들이 사용하는 메인프레스 센터와 경기장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와 주소에 ‘티벳’ 문자가 포함된 사이트 등 상당수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도록 규제됐다.
이에 미국 NBC스포츠의 부사장이 중국 주최자측에 천안문 광장에서의 방송과, 인터뷰 규제 해제를 요구했지만 중국 정부는 “더 이상 이같은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간단한 회신만 보냈다. 현지 시간 13일 올림픽 주경기장 근처에 모인 티벳 시위대와 이를 취재하던 영국기자가 모두 중국공안에 강제 연행됐고 올림픽 개막일 집회를 신청했던 중국인 인권 운동가 1명은 11일부터 공안당국자들에게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올림픽 개막식에 티벳계를 비롯, 소수계 어린이들을 내보내 인종화합을 강조하는 제스처를 취했으나 이들이 모두 한족이었다는 주장이 대두되기도 했다.
100년을 기다렸다는 중국인들의 ‘잔치’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려드는 서방의 태도가 점잖지 못하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베이징 올림픽의 두 얼굴을 조화시키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개막식에서 노래를 부른 어린이조차 얼굴 따로 목소리 따로였던 2008 베이징 올림픽.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세계를 향해 ‘중국의 부활’을 화려하게 선포한 이번 올림픽이 말 그대로 중국인들만을 위한 ‘당신들의 축제’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함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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