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8080808’의 의미를 아는가? 2008년 8월8일 8시8분. 이제 나흘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을 상징하는 숫자이다. 전 세계 60억 인구가 흥분과 기대로 중국의 올림픽 주경기장 ‘궈자티위창’ 스태디엄을 지켜볼 것이다.
내 중국인 친구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모두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8은 중국에서 행운이 깃든 숫자로 불린다. “부자되세요!”라고 인사하는 ‘파차이’의 첫 글자와 8(파)의 발음이 같아서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88올림픽을 개최할 때 중국은 가까이에서 얼마나 배가 아팠을까 싶어 웃음이 나온다. 어찌 보면 미신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자국의 전통과 문화를 중시하며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려는 그들의 의지는 높이 살만하다.
피아니스트인 나는 중국계 피아니스트 중 랑 랑(Lang Lang)이라는 음악인을 좋아한다. 한때 그가 빨간색의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우스꽝스런 표정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중국 서커스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의 특별한 애국심은 그를 단순한 음악인이 아니라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음악인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는 세계의 유수 연주회장을 누비며 중국의 전통음악을 연주하고 소개해왔다. 자신이 가진 환상적인 테크닉과 황홀한 음악성으로, 중국의 전통 음악을 한층 더 친근하게 한층 더 수준 높게 소개한다. 언젠가는 자신의 명성에 맞지 않게 중국 스타일의 빨간색 피아노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날의 연주는 피아니스트로서의 개인과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음악인으로서의 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지난 달 중순, 랑 랑은 할리웃 보울을 방문했다. 랑 랑과 LA필의 협연은 할리웃의 밤을 음악으로 화려하게 수놓았다. 1만5,000명 가까이 되는 관중을 감동시킨 음악은 단순한 ‘Made in China’가 아니라, 중국제 명품이었다.
중국계 지휘자와 첼리스트는 ‘와호장룡’의 음악을 작곡한 텐 돈(Tan Dun)의 작품들을 멋지게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솔리스트인 랑 랑이었다. 그는 러시아의 대표적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다. 비록 중국 곡은 아니었지만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나라 사랑이 듬뿍 담긴 음악회였다. 음악성이 풍부한 그가 나라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모습을 보며 나는 많이 부러웠다.
하지만 그날 콘서트에서 잠시나마 나는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이 음악회는 한국일보의 후원으로 개최됩니다”라는 방송이 나올 때 얼마나 기쁘고 자랑스럽던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Korea’라는 단어만 들어도 반가운걸 보면 나는 영락없는 토종 한인인 모양이다.
중간 휴식시간에는 대형 스크린에 새라 장(장영주)의 이름이 비춰지며 9월2일에 있을 그녀의 연주회를 선전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그녀가 세계인들 앞에 예쁜 한복을 차려입고 우리의 자랑인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호흡을 맞추며 감동적인 음악을 선사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세계인들에게 찬사를 받을 우리의 음악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음악은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다. 이곳 미국이든, 올림픽이 열리는 중국이든, 우리의 영원한 고향인 한국이든, 올 여름 우리는 올림픽을 보며 하나의 노래를 부르고 있지 않을까?
“오 필승 코리아~”
앤드루 박
피아니스트·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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