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피랍으로 본 멕시코- 치안 부재… 2002년 464건 발생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인 멕시코의 레이노사에서 한국인 5명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멕시코의 치안실태가 세인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멕시코는 전 세계적으로 납치사건이 빈발한 무법천지, 치안 부재의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2005년 8월 멕시코 내 시민단체인 공공치안시민협의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2005년 상반기에 멕시코에서 발생한 납치사건이 194건으로, 콜롬비아(172건) 브라질(169건) 등을 제치고 `납치 1위국’으로 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03년 유엔 경제사회위원회의 발표에서도 2002년 한 해 동안 멕시코에선 모두 464건의 납치사건이 발생, 콜롬비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전세계적으로 ‘납치대국’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다.
통계대로라면 하루에 1건 이상 납치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특히 수도인 멕시코시티를 비롯해 멕시코주, 게레로, 미쵸아칸, 치와와 등 5개 지역에서 발생하는 납치사건이 전체의 4분의3을 차지할 정도로 지역적으로 편중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납치가 빈번한 멕시코에선 한인들도 범죄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멕시코시티에 거주하는 교민 박모(33)씨는 작년 9월 멕시코 이민청 직원 복장을 한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가 4일만에 멕시코시티에서 200km 떨어진 지역에서 극적으로 구출되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9일만에 해결됐지만 미흡한 해외 국민 신변안전 대책마련은 한국 정부의 숙제로 남았다.
이정관 재외동포영사국장 “멕시코 치안당국에서 납치범들을 파악해 아마 강한 압력을 행사한 것 같고, 압력에 부담을 느낀 범죄집단 측에서 우리 한국인들을 무사히 석방시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풀려난 5명의 신병은 주요국 경찰당국이 확보하고 있고, 조만간 우리 대사관 관계자에게 인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21일 영사 콜센터를 통해 피랍자 가족의 전화를 받고 주 멕시코 대사관에 ‘비상대책반’을 구성하는 한편, 멕시코 현지의 한인 변호사 1명을 중개인으로 지정, 납치범 측과 대화를 진행했다.
한국 외교통상부 이정관(왼쪽) 재외동포영사국장이 멕시코 국경도시 한국인 피랍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조윤수 부대변인과 논의하고 있다.
■레이노사 한인 반응 “몸값 3만달러 요구, 한국 사정 어두운 자”
한국인 5명이 납치됐다 석방된 멕시코의 레이노사는 멕시코 북동부인 타마울리파스주의 국경도시이다.
텍사스와 접경을 이루고 있는 레이노사는 텍사스 쪽으로 국경을 건너가 일하는 ‘계절 노동자’가 많은 지역으로 LG전자의 디지털TV공장과 합동전자 등 5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는 도시이다.
한국인 납치사건이 알려진 22일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100여명은 이번 납치사건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LG전자 강노상 부장은 이날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레이노사에서 거주하거나 일하는 한인 숫자는 100명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이번 납치사건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며 “한국인 납치사건은 처음이지만 외국인 납치사건은 흔하게 발생하는 일상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강 부장은 또 “외부에서는 이곳 치안문제를 걱정하지만 현지인들은 위험지역을 이미 파악하고 있어 별로 불안해하지 않는다”며 “납치범들이 5명 몸값으로 3만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볼 때 이들이 한국 경제사정에 어두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레이노사와 가까운 몬테레이 지역의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장을 지냈던 멕시코시티 한국 무역관의 한연희 부관장도 “업무 차 레이노사를 몇 번 다녀왔지만 멕시코 다른 지역과 비교해 특별히 위험한 지역이라고 느끼지 않았다”며 “이번 납치사건은 놀랄만한 그리 큰 사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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