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스값 아끼려 선택하지만
가죽의자와 위성 라디오 등
즐길 수 있는건 놓치지않아
매출 급등한 포드 ‘포커스’
대부분 고급형 모델이 불티
이제까지 소비자들이 소형차를 사는 이유는 간단히 값이 싸기 때문이었다. 10년 전, 절약이 우선인 소형 자동차 샤핑객들은 에어컨디션이나 파워 윈도, CD 플레이어 같은 옵션은 모두 거절했다. 요즘 개스값을 아끼려고 소형차를 사는 사람들의 소득 수준은 천차만별지만 육체적 안락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던 가열되는 가죽 의자와 고급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같은 옵션에 수백, 수천 달러를 쓴다.
소형차에서는 오랫동안 이윤을 남기기 어려웠던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제조사들에게는 드물게 듣는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대형 픽업이나 SUV에서 대당 1만달러까지 남겼지만 개솔린 값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가면서 소비자들의 취향이 급격히 변화한 것이다.
‘포드’의 대형 F 시리즈 픽업 매출은 올해 들어 거의 23%가 하락했지만 미국차 딜러에 있는 자동차 중 가장 값이 싸고 연료 효율이 좋은 소형차 ‘포커스’ 매출은 27% 상승했다. 4월부터 6월까지 팔린 포커스의 3분의2는 기본형보다 2,170달러가 비싼 스포티한 SES 모델이었다.
디트로이트 교외에서 보험 세일즈를 하는 베브 디킨슨은 ‘싱크’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시리우스’ 위성 라디오, 파워 선루프와 가열되는 가죽의자를 갖춘 ‘포커스’를 2만달러에 구입했다. “가죽의자가 아닌 것은 사지 않을 작정이었다”고 ‘익스페디션’ SUV를 포함, 대형 ‘포드’차 2대를 과거에 운전했던 디킨슨은 말했다.
소형차를 사면서 선루프에 600달러, 위성 라디오에 500달러, 핸즈프리 시스템에 400달러를 지불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어떤 사람은 300달러를 내고 컬러풀한 실내등을 달기도 한다. ‘포드’사의 수석 매출분석가인 조지 피파스는 “연료 효율이 높은 차를 원한다고 문루프나 가죽 의자를 원치 않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소형차를 사는 사람들 중에는 이제까지 잘 갖추어진 미니밴과 SUV에 가족들을 싣고 다니던 베이비 붐 세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개솔린 값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가고 자녀들도 다 자라버린 지금 그런 커다란 자동차는 더 이상 원하지 않지만 거기 갖춰져 있던 사치품에는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미국 사람들이 초소형 자동차에 지불하는 가격은 2004년 이후 2,532달러가 더 늘어 모든 자동차에 대한 인상분 1,253달러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J.D. 파워 & 어소시에이츠’ 자회사인 ‘파워 인포메이션 네트웍’ 자료에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소형 자동차 거래 가격은 평균 2,370달러가 올랐고 이 부문의 최대 판매제품인 ‘혼다 시빅’의 경우 3,055달러가 많아졌다. 구매자에게 업그레이드를 시키도록 하는데 있어 가장 성공을 거두고 있는 소형차는 BMW의 ‘미니 쿠퍼’일 것이다. 제일 싼 것이 1만8,050달러지만 보통 그보다 최소한 40%는 더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BMW는 ‘쿠퍼’에 무수한 옵션들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자칫하면 차 값이 4만달러를 훨씬 넘을 수도 있다.
미시간주 클린튼 타운쉽에서 조경 컨트랙터로 일하는 레니 셰이퍼는 가족용 SUV와 픽업 트럭보다 개스 마일리지가 훨씬 좋은 3만달러 가까운 ‘미니 쿠퍼’ S를 구입하려 하고 있다. “계산을 해보면 금전적으로는 그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작고 재미있고 개스 값도 절약할 수 있는 것을 산다고 생각하지요. 나 혼자 타고 가는 자동차가 갤런당 10마일 밖에 못 나가면 참 죽을 맛이거든요”
구매자들은 옵션을 추가하고 있는데 재고가 빠듯해 딜러들은 과거 할인을 해줘야만 했던 소형차를 제값 다 받고 팔고 있다. 이삼년 전만 해도 일부 ‘셰볼레’ 딜러에서는 픽업 트럭을 사는 사람들에게 작은 ‘아베오’나 ‘캐벌리어’를 사실상 끼워 줬었다.
소형차를 사는 사람들이 기꺼이 더 비싼 모델에 더 많은 옵션을 넣으려는 것을 간파한 딜러 중에는 아예 업그레이드된 자동차를 더 많이 가져다 놓는 곳들도 많다. ‘도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와 ‘혼다 시빅’등 대기자 명단까지 있는 인기 상품의 경우에 특히 그렇다. 플로리다의 ‘파나마 시티 도요타’에서 세일즈 매니저로 일하는 D.J. 스미스는 손님들이 여름 내내 SUV를 몰고 다니며 개솔린 탱크 채우는데 100달러씩 들이지 않으려고 구하기 힘든 차종은 웃돈을 얹어 주고라도 어떻게든 손에 넣으려 한다고 말했다.
‘도요타’에서 가장 작은 차인 ‘야리스’ 해치백은 기본형의 가격이 1만1,550달러로 딜러 이윤은 340달러지만 1만7,000달러짜리 최고급형을 팔면 800달러로 오른다. “이런 일은 처음이예요. ‘하얀 색에 파워 패키지, ‘미슐랭’ 타이어를 단 것으로 찾아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대신 ‘무얼 갖고 있든 이달 말까지 살 수 있을까요? ‘타호’ 좀 그만 타게 해주세요’라고들 하지요”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