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른 아침이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니 어떤 건물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 남을 만큼 긴 줄이었다.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나이가 적지 않고 옷차림도 깔끔해서 더 호기심이 갔다. 보통 큰길 옆에 이렇게 길게 줄을 서는 사람들은 인기 밴드의 공연이나 새로 나온 영화를 보려는 젊은이들이나 교회 등 구호단체에서 주는 음식을 받으려는 노숙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건물을 지나치며 간판을 보고 나서야 이 예사롭지 않은 줄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건물은 뉴스로만 듣던 인디맥 은행이었다. 불량 주택담보 대출 때문에 파산한 은행이다. 그 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들은 당연히 당황하여 은행 문을 열자마자 예금한 돈을 인출하려고 아침부터 줄을 서 있는 것이었다.
요즘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은행에서 돈을 꺼내 집에 숨겨놓겠다는 사람, 금이나 은을 사두겠다는 사람도 있다. 기름 값과 쌀값은 오르고 집값은 떨어지더니 이제는 은행에 넣어둔 돈도 안전하지 않다며 걱정을 하는 것이다.
내가 사는 콘도 단지에서도 차압당하는 이웃이 생겨서 이제 우리 집 값은 훨씬 더 떨어질 것 같다. 원래 이 집을 살 때 2~3년만 살다가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려는 계획이었는데 그 사이 부동산 시장이 무너져버렸다. 집을 산지 3년이 넘었지만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기 전까지는 꼼짝 못하고 잡혀 살아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주택 대출의 70%를 취급하는 프레디맥과 패니매 모기지 회사까지 유동성 문제로 미 정부가 긴급 구제방안을 내놓을 정도이니 사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닌 것 같다.
불경기가 얼마나 심각하게 얼마나 오래 갈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때일수록 당황하면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한다. 만약 모두가 앞날이 걱정된다며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버리면 은행들은 하나 둘씩 넘어갈 것이며 은행들이 없어지면 모기지와 사업자금을 빌릴 수 없어 경제는 완전히 멈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페이먼트를 못해 집을 차압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10년 전 일이 생각난다. 우리 가족이 경제적으로 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때였다. 당시 부모님이 모기지 페이먼트를 하지 못해 우리가 살던 집을 은행에 내줘야 하는 일이 생겼었다.
지금 돌아보면 너무나도 힘들고 침울한 때였지만 우리 가족은 희망을 잃지 않고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왔다. 그 후 10년 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오며 우리는 잃어버린 것보다 더 좋은 삶을 만들어왔다. 어쩌면 그렇게 힘들었던 상황이 있었기에 지금 더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지만 당황하거나 침울해 하지 말았으면 한다. 희망을 가지고,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용기 있게 살아간다면 앞으로 더 발전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서재필
벨플라워 중학교 합창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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