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스프레드 확대..상원 백지수표 줄 수 없다
공화당도 냉소..폴슨, 버림받았다
(워싱턴 블룸버그=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가 심각한 신용 위기에 빠진 2대 국책 모기지기관 페니 메이와 프레디 맥을 구제하기 위한 긴급 방안을 마련했으나 미 의회와 월가가 모두 외면하는 또 다른 암초에 빠졌다.
페니 메이의 5년만기 채권과 같은 기간의 미 국채간 금리차(스프레드)는 16일(이하 현지시각) 6베이스포인트(0.06%포인트) 뛴 92베이스포인트로 벌어져 4개월 사이 최고치를 보였던 지난주 수준에 접근했다.
재무부가 페니 메이와 프레디 맥을 구제하기 위해 이미 지분을 보유해온 이들 기관을 아예 국영화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월가에 나돌던 지난 11일에는 스프레드가 기록적 수준 하락한 바 있다. 스프레드가 좁혀지는 것은 그만큼 페니 메이와 프레디 맥의 채권 가치가 뛴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지난 13일 일요일의 이례적인 긴급대책 발표에서 필요할 경우 페니 메이와 프레디 맥의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식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시장 일각의 국영화 기대에 못미치는 대책을 내놨다.
의회도 공화.민주당 할 것 없이 폴슨의 구제안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주류다.
공화당의 짐 버닝 상원의원(공화)은 16일 열린 상원 금융위원회 이틀째 청문회에서 무슨 돈으로 지원하겠다는 말이냐며 결국 국민의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게 아니냐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의회가 이를 저지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폴슨은 그렇게 말하는 분이 더 좋은 계획이 있으면 제시하라고 말싸움을 벌이기까지 했다. 백악관을 도와야 하는 공화당조차도 백악관의 지원 방안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의회에서는 특히 폴슨이 필요할 경우 무제한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분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런 식의 ‘백지 수표’를 의회가 제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것이 ‘시장에 미리 카드를 노출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상원 금융위원장인 크리스토퍼 도드 의원(민주)도 의회가 이런 식의 백지 수표를 발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이와 관련해 100석 상원이 단순 과반이 아닌 60명 이상이 찬성해야만 재무부안이 통과되도록 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어 백악관을 더욱 난감하게 하고 있다.
이틀째 청문회에 나온 벤 버냉키 FRB 의장도 페니 메이와 프레디 맥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가 폭락으로 인해 차입하는게 쉽지 않다는 점은 시인했다.
페니 메이와 프레디 맥 주식은 지난 며칠간 폭락한 것을 포함해 올들어 무려 80% 가량 주저앉았다. 그러나 16일에는 ‘우려가 과다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페니 메이는 전날보다 31% 뛴 9.25달러에, 프레디 맥도 30% 상승한 6.83달러에 각각 거래됐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페니 메이와 프레디 맥은 그간의 주가 폭락으로 인한 자산가치 손실을 보존하기 위해 분기 배당을 중단할 것으로 나왔다. 두 기관은 지난해 이후 지금까지 자산 가치가 모두 110억달러 이상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스 애널리스트는 월가 출신인 폴슨이 월가로부터 버림받았다고 표현하면서 지난 2006년 8월 컬럼비아대 연설 때 ‘세계 경제가 지금보다 더 좋았던 때가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호기를 부렸던 그가 불과 1년여 후 ‘성장을 가로막는 장기적인 도전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딴소리를 했음을 상기시켰다.
jk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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