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플래스틱 장치 부착, 운전자들에게 신호 보내
샌프란시스코 무선 네트웍 시험중… 교통체증 해소 기대
혼잡한 도심 길가에 자동차를 세울 자리를 찾는 비결은 따로 없다. 보통은 운이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전자들은 곧 길에 부착될 무해한 플래스틱 조각의 도움을 받을 전망이다.
올 가을 샌프란시스코시는 시내의 미터 파킹기 2만4,000개 중 6,000개를 가지고 어느 자리가 비어 있는지를 알려 줄 무선 센서 네트웍을 시험한다. 운전자들은 길에 있는 표지판이나 스마트폰의 화면에 뜬 지도를 보고 어느 주차공간이 비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주차비도 셀폰으로 낼 수 있고, 다시 자동차를 세워둔 곳까지 가지 않고 전화로 주차미터에 돈을 더 넣을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주차난 해결은 특별히 중요하다. 2년 전 19세 소년 보리스 알빈더가 주차 공간을 놓고 싸우다 칼에 찔려 죽은 일도 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는 실험이 성공한다면 주차 공간 때문에 누군가 살해당하는 일 같은 건 없어질 겁니다”라고 말하는 UCLA 도시계획과의 도널드 슈브 교수의 주차 공간 가격 책정 및 주차 공간 확대가 시에 유익할지 여부에 관한 연구는 주차 혼잡 완화 아이디어에 혁명을 가져 왔다.
“새로운 시스템은 교통과 경제, 환경에 단계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그는 말하는데 현재 테크놀로지 회사들과 소위 ‘스마트 주차 시스템’ 배치에 대해 논의중인 대도시가 10여개에 달하고, 그 중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앞장 서 있다.
개빈 뉴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더 나은 주차 시스템은 다운타운으로 운전해 들어오는 것을 억제시키기 위해 런던이나 싱가포르처럼 고액의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고도 보다 폭넓게 교통 혼잡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일부라고 말한다.
뉴섬 시장에게 가장 큰 도전은 이 도시의 노후한 기간 시설을 교체하는 것이다. 50년 전에 나온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버티고’에 나오는 교통 신호등을 “아직도 다 알아볼 수 있다”고 뉴섬 시장은 말한다.
이 도시의 차량들로 막혀 있는 주요도로들을 뚫을 목적으로 2년에 걸쳐 9억5,500만달러를 들이는 프로그램의 일부인 이 주차 시스템은 또한 시의 주차 허용 시간및 가격 조정도 가능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저녁에는 식당에서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주차 허용 시간을 늘일 수 있는 것이다.
시는 언제나 노상 주차율이 85%가 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길가 주차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는 운전자가 시 중심 상가 교통량의 30%까지 차지한다고 추산한 슈브 교수의 연구 때문이다.
슈브 교수가 1년에 걸쳐 로스앤젤레스의 한 작은 상가지역을 살펴본 결과 주차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는 자동차들의 주행거리를 다 합하면 지구를 38바퀴 도는 것과 같고, 4만7,000갤런의 개솔린을 태워 730톤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냈다.
샌프란시스코가 채택한 시스템은 UC 버클리 연구진이 개척한 ‘스마트 더스트’라고 알려진 무선 센서 기술을 사용하는 작은 테크놀로지 회사 ‘스트릿라인’이 개발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시 주차 관계자들이 주차 장소가 점유돼 있는지 비어 있는지에 관한 최신 정보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센서는 또 시가지를 달리고 있는 차량들의 운행 속도를 감시하여 시의 담당자들에게 교통 체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각 주차 공간 인근 포장도로에 접착제로 붙인 가로 세로 4인치 크기의 플래스틱 안에 들어 있는, 무선으로 연결된 센서다.
‘범프’라 불리는 이 장치는 배터리로 작동되며 5~10년간 손보지 않고 쓰게 되어 있다. ‘범프’들은 도로에서 무선 인터넷 신호망을 형성하여 데이터를 주차 미터기와 샌프란시스코 시청 근처 중앙관리사무실로 쏟아 붓는다.
‘스트릿라인’은 스마트폰 같은 무선 장치를 통해 연결할 수 있는 웹사이트에 빈 주차공간을 표시해 줄 기술도 갖고 있다. 아울러 운전자들에게 인근의 비어 있는 주차 자리를 가르쳐 줄, 배터리로 작동되는 염가의 거리 표지판도 개발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시의 이번 프로젝트에 사용된 기술은 다양한 서비스에 사용될 수 있다. 대기의 질을 감시하는 것은 물론 총 소리부터 자동차 사고까지 갖가지로 파수병 노릇을 할 소음 감지기로도 쓸 수 있다. 무선 센서 테크놀로지는 현재 매우 비용이 적게 들고 믿을만 해서 각 시의 필수 업무에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옹호론자들은 단언한다.
“크게 보자면 현재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은 생명없는 물체들에게까지 말을 하거나 조종해서 시 공공업무의 질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운영 체제입니다”라고 샌프란시스코에 무선 센서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 스트릿라인의 타드 다익스트라 사장은 말한다.
뉴섬 시장은 샌프란시스코는 센서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시스템을 계속 후원, 2010년까지는 시내의 모든 노상과 건물 내 주차 공간으로 확대시킬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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