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감당 못해 가게 뺏기고 파산 일쑤
은행돈줄 막히자 한인영세업주들 기웃
연리 16%이상 불법, 소송으로 구제 가능
지난 12년간 맨하탄에서 델리업소를 운영해 왔던 50대 김모씨는 얼마 전 실직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점포 업그레이드를 위해 고리 사채를 융통했다가 가게가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은행 문도 노크해보았어요. 하지만 은행이 요구하는 대출자격도 그렇고 각종 서류가 너무 까다롭더라구요.” 돈이 급했던 김 씨는 결국 친구의 소개를 받아 사채업자로부터 약 36%의 연리 조건으로 15만 달러의 돈을 빌렸다. 물론 가게를 담보로 잡혔다. 고리이긴 했지만 공사를 하고 나면 비즈니스가 나아져 충분히 상환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김 씨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김 씨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갈수록 경기가 나빠지면서 원금은커녕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도 제대로 갚지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고 사채업자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끝내 2년여 만에 가게를 넘기는 조건으로 빚을 청산해야만 했다.
최근 은행 돈줄이 막히면서 사채 이용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고금리의 사채 덫에 걸려 신음하는 한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김 씨처럼 하루아침에 빈털터리로 사업체를 넘겨야 하는 경우는 물론 사채업자의 빚 독촉을 피해 야반도주 도망자 신세가 되거나 가정파탄을 겪는 사례까지 잇따라 발생, 최근 한인사회의 심각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영세 한인업체들 사이에는 부채를 감당 못해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1일 한인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개인 대출 금리는 현재 연 7~8%이며 일반 상용 대출금리는 5.5~8% 선이다. 그러나 사채를 이용하는 한인들이 내야하는 금리는 적게는 연리 30%부터 많게는 100% 이상에 이르러 은행들의 금리보다 최고 10배를 넘고 있다. 뉴욕주 법정 이자율(연 16%)을 훨씬 상회하는 고리 사채를 찾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불경기로 은행들의 융자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영세한인들이 은행 등 제도권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급전이 필요해 월이자 30%인 고리대금을 썼다가 빚 독촉을 피해 친구의 집에 기거하고 있는 50대 이모 여인은 “은행 거래만 할 수 있었어도 이 같은 신세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녀는 “처음에는 꾸준히 돈을 갚았지만 교통사고로 일을 나가지 못한 이후부터는 불어나는 이자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몸을 숨기고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며 “돈을 꿔준 사람의 ‘빚독촉’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막막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백도현 변호사는 “뉴욕주 은행법에는 연 이자율이 16%가 넘는 융자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연리 25% 넘을 시에는 형사법 위반으로 E급 중죄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주법에 위반되는 높은 고리대금으로 개인에게 융자를 받는 경우 법원 소송을 통해 채무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노열·윤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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