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도움 받는 성년자녀 많아 부모세대 휘청
손주 교육·양육비까지 부담, 은퇴자금 태부족
A씨는 아들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데 몇십만달러 이상의 자금을 지원해 줬지만 이자는 커녕 원금 조차 안주는 아들이 야속할 뿐더러 옆에서 며느리가 이를 부추기는 것 같아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B할머니는 정부에서 주는 생활 보조금까지 자식이 가져가고 약간의 생활비만 남겨주는 터라 생활이 빠듯하지만 경기가 안좋아 자식이 어렵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며 체념하고 있다.
C씨는 딸이 이혼한 뒤 자녀들까지 데리고 들어와 함께 사는 탓에 손주들 양육비까지 일정부분 부담하게 돼 요즘 예산을 다시 짜느라 정신없다.
자녀들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하느라 고달픈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늘고 있다. 자녀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일종의 의무감으로 생각하는 것은 한인들의 경우 특히 심하지만 요즘 세태가 점점 부모에 대한 의존이 커지는 터라 이민 1세대 한인들의 부담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은퇴기를 맞고 있는 베이비 부머 세대들의 자녀 지원은 끝이 없다. 최근 어메리프라이스 파이낸셜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베이비 부머의 69%가 자녀의 학자금 융자를 갚는데 도움을 줬다고 대답했는가 하면, 자녀의 자동차 구입(53%), 아파트 렌트비(51%), 의료 보험(38%), 신용카드 빚(20%), 모기지 납부금(12%)을 위해 자신의 돈을 쓴 적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들의 정서상 자녀들에 자금적인 도움을 주는데 선뜻 나서는 경우도 많다. 어메리프라이스의 육원자 공인재정상담가는 “재정계획을 세울 때 나이가 찼지만 직업이 없거나 결혼을 안한 자녀들과 함께 살면서 지출되는 돈을 감안해야 되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40~50대 한인 부모들은 은퇴 자금 마련은 뒷전이고 자녀들의 학자금 지원을 위해 에듀케이션 펀딩을 들어놨다가 지원해주니 한인 2세들이 스스로 이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부모가 자녀들의 경제 감각을 키워주는데 신경 안쓰고 무조건 지원해 주기 보다는 방학을 이용해 파트 타임을 통해 직접 돈을 벌어서 학자금 융자의 일정 부분을 갚게 하는 것도 독립심을 키워주고 돈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자녀들에게 일방적으로 자금 지원을 해줄 경우 뮤추얼 펀드, 401K 같은 곳에 투자해 스스로의 은퇴 자금을 미리 마련하는 경제 감각이 무뎌질 수 있다. 또한 부모로부터 어렵지 않게 받은 돈으로 사업을 할 경우 투철한 목표의식이 없어 어려움이 닥쳤을 때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위험성도 커진다.
결국 올바른 경제 교육과 적절한 지원을 통해 부모와 자식 세대가 가족의 정을 잃지 않으며 바람직한 자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재정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경현 기자> namu912@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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