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검은 피부의 낯선 어린이들이 부르는 한국민요 ‘도라지 타령’이 7일 오후 퀸즈 플러싱에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이들은 세계 3대 슬럼가 중 하나인 케냐 ‘고로고초(Gorokocho·쓰레기장)’ 마을 출신 아동들로 구성된 ‘지라니 합창단’. 세계를 향한 희망의 노래를 선사하러 미국을 찾은 합창단은 이날 퀸즈 대동연회장을 가득 메운 한인 350여명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가난에 찌들어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어린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이날 공연이 있기까지는 한 한국인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다. 쓰레기촌 아이들에게 희망의 싹을 키워준 임태종(사진) 단장이다. 임 단장은 “당초 학교는 커녕 1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하루를 연명하며 쓰레기더미에서 돼지와 함께 음식을 찾고 있던 아이들을 구휼하러 합창단을 만들었을 때만해도 케냐의 현지사정은 어린이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케냐 최대의 쓰레기하치장에서 매일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 때문에 노래를 부를 수 있을 만큼 목 상태가 좋지 않았고 현지에는 피아노는커녕 악보 한 장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아이들 마음 속 깊이 박혀있는 패배의식이었다. 처음 노래를 시작할 때 아이들은 가난과 질병, 오랜 식민생활에 따른 절망감으로 자신들이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거라는 의지조차 갖지 못했었다고. 그래도 임 단장은 아이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루 한 끼도 먹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매일 음식을 대접하며 노래를 가르쳤다.
도레미 8음계부터 배워 ‘에델바이스’를 부르기까지 1년여가 걸렸지만 그는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점차 아이들다워진 것을 보고 희망을 발견했다. 초점 없는 눈, 움츠린 어깨, 작은 목소리는 어느새 사라졌고 천사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음악을 통해 아이들 마음속에 꿈과 희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내 지라니 합창단은 2006년 12월 케냐 국립극장에서의 창단 공연을 시작으로 2007년 4월 주 케냐 네덜란드대사관의 기념공연에 이어 2007년 6월 케냐 정부수립 기념일에는 대통령궁에서 공연을 할 정도로 창단 1년도 채 되지 않아 크게 성장했다. 또한 합창단은 지난해 11월26일부터 두 달간 총 25회에 걸쳐 한국 순회공연을 펼치며 ‘천상의 하모니’라는 찬사도 받았다.
임 단장은 “가난과 질병뿐 아니라 소외감과 무력감으로 절망에 빠져있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었던 것은 음악교육을 통한 전인교육의 결과”라고 밝혔다. 임 단장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살아도 어린이들에게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며 “세상에서 단 한 가지, 돈만 빼고 모든 것을 가진 지라니 합창단 어린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무대에 서는 모습을 꿈꾼다”고 희망했다.
임 단장은 지라니 합창단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에 버금가는 단체로 키운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실력이 일정한 수준에 오르면 그들이 가진 상징성을 바탕으로 유엔 공식행사 무대에도 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오는 16일 순복음뉴욕교회 퀸즈성전 공연을 끝으로 미국 공연을 마치는 ‘지라니 합창단’은 앞으로도 세계 순회공연을 통해 ‘희망의 기적’을 이어갈 계획이며 이들의 이야기는 곧 책과 영화로도 만들어 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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