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6월8일 미국의 명령을 받은 베트남 전투기의 네이탐탄 공습을 받고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한 소녀가 알몸으로 울부짖으며 불타는 마을을 뛰쳐나오고 있었다. 이 모습은 1번 국도를 걷고 있던 AP통신의 프리랜서 후이 콩 우트의 눈에 띄었다.
우연히 포착한 이 소녀의 울부짖는 모습을 찍은 사진은 1973년 우트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줬다. ‘네이팜탄과 소녀’라는 제목이 붙은 이 사진 한 장은 베트남전의 참상을 세계인들에게 깊이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언론보도에 있어 이미지가 주는 힘은 강렬하다. 장문의 기사보다 이미지 하나가 주는 메시지가 더 강렬한 경우가 많다. 특히 전시에는 이미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전쟁의 처참한 장면들은 몇 장의 사진으로만 축소돼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되곤 한다.
이렇듯 보도에서 이미지의 영향이 절대적인만큼 이미지를 둘러 싼 조작과 연출의 유혹은 클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남가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LA타임스 프론트 페이지에는 진화 작업 중 소방 호스로 얼굴에 물을 뿌리는 소방관의 모습이 커다랗게 실렸다. 누가 봐도 화재 진화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이 신문에는 이 사진과 관련한 사과기사가 실렸다. 사진담당 데스크가 사진 속 소방관에게 문의한 결과 기자가 현장에서 소방관에게 얼굴에 물을 뿌려 달라고 부탁한 후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연출한 사진이라는 이유였다. 사진기자는 곧바로 해고됐다.
이미지 보도와 관련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이미지 연출과 조작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테크놀러지가 발달한 요즘은 첨단기술을 동원한 이미지 조작이 특히 자주 발생한다. 지난 2006년 세계적 통신사인 로이터에서도 사진조작 사건이 일어나 언론계가 한동안 시끄러웠다.
문제의 사진은 프리랜서인 아드난 하지가 찍은 베이루트 교외의 이스라엘군 폭격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본 한 블로거가 사진 속 연기의 방향과 모양이 이상하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로이터는 즉각 진상 조사에 착수했으며 하지가 연기를 더 진하고 넓게 보이게 하기위해 포토샵 이용해 조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과와 함께 해고가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포토샵 등으로 사진 조작과 연출이 한층 더 쉬워졌지만 이에 비례해 네티즌들의 감시의 눈 또한 매서워지고 있다. 한번 이들의 눈에 걸렸다 하면 빠져 나가기가 힘들다. 또 독자들의 의식도 높아져 조작이나 연출이 드러난 언론에 대해서는 차갑게 반응한다. 지난 2004년 영국 데일리 미러지에 실렸던 영국군의 이라크 포로학대 사진도 그 중 하나이다. 이 사진은 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문의 신뢰는 타격을 입었으며 이것은 부수 급감으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의 한 일간지가 미국산 쇠고기 판매와 관련, 업소 풍경 사진을 연출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과거 같았으면 당사자들을 제외하곤 아무도 모른 채 넘어갔을 이번 사진연출 또한 네티즌들의 레이더에 포착돼 세상에 알려졌다. 연출과 조작을 꿈꾸는 언론인들은 발붙이기가 점점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
사실 보도는 인공적인 가감 없이 어디까지나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만 기초해야 한다. 이번 사진 연출 파문이 언론인들에게 이 같은 보도의 기본원칙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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