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맨하탄 센터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새앨범 ‘시네마 앨범(가제)’의 녹음과 비디오 촬영에 여념없는 소프라노 신영옥.
쇼생크 탈출. 주먹이 운다 등 14~15개곡 작업중
세계적 음반프로듀서 로버트 새딘 오케스트라와 신보 녹음
한국 대형 공연기획사 ‘라이브 앤 플러스’ 제작 총괄
‘신이 내린 목소리’ 소프라노 신영옥씨가 영화 속 주옥같은 아리아들을 모은 새 앨범 ‘시네마 앨범(가제)’ 준비에 한창이다. 8일 맨하탄 미드타운의 맨하탄 센터 그랜드 볼룸에서는 세계적인 음반프로듀서 로버트 새딘 오케스트라와의 신보 녹음 및 뮤직비디오를 포함한 동영상 홍보 자료(EPK) 촬영이 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오케스트라 녹음은 이날이 이틀째. 전날 이미 10곡의 녹음을 마치며 강행군을 한 신영옥씨와 단원들은 피곤한 기색도 없이 앨범 녹음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앨범의 주된 작업인 신영옥씨의 보컬 녹음은 오는 15일부터 2~3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며 이날 녹음에서 신씨의 역할은 단원들과 지휘자의 연주를 돕기 위해 립싱크로 ‘입을 맞춰주는 것’ 이었다.
전통 클래식 외에 성가곡 앨범을 발표한 적은 있지만 영화 음악 녹음은 베테랑 성악가 신영옥씨에게도 신선한 경험 인듯.
신씨는 “음악이 삽입됐던 영화를 당연히 모두 보았고 그 영화 속 장면을 상상하며 노래를 부르다보면 나도 모르게 배우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태양의 제국’ 삽입곡 ‘웨일즈 트래디셔널’을 부를 때는 전쟁의 희생양인 소년 주인공이 떠올라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신씨는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들이 보다 클래식과 친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영옥씨의 기대만큼 이번 앨범에 실릴 곡들은 쇼생크 탈출, 인생은 아름다워, 트루 로맨스, 파리넬리, 트레인스포팅, 미션, 라비앙 로즈, 가면속의 아리아, 전망 좋은 방, 아마데우스,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 손꼽히는 영화사의 명작들에 사용된 음악들이다. 또한 주먹이 운다와 친절한 금자씨 등 한국 영화까지 포함 모두 14~15개의 곡들이 작업 중이다.
‘시네마 앨범’ 제작 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의 대형 공연기획사 ‘라이브 앤 플러스’의 하종욱 프로듀서는 “오케스트라와 스튜디오 수준, 제작비 규모 등 모든 면에서 국내 클래식 앨범 제작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앨범은 마케팅과 프로모션 비용을 포함하지 않고 순제작비만 2억원에 달한다. 5만장의 CD 판매가 대박 수준인 현재 한국의 클래식 음반 시장을 감한하면 대단한 규모의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하씨의 말처럼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은 로버트 새딘은 플라시도 도밍고 등 유명 성악가와 작업해온 최고 수준의 음악감독으로 클래식, 재즈, 가스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동하며 시카고, 디트로이트, 뉴저지 심포니 등 많은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왔다. 사딘의 가장 주목할 만한 업적은 세계적인 재즈 아티스트 허비 행콕을 위해 ‘거쉬인 월드’앨범을 편곡하고 프로듀싱 한 것. 이 앨범은 3개의 그래미상을 휩쓸며 독일과 일본에서도 그해의 앨범상을 받았다. 역시 그가 만든 소프라노 캐더린 배틀스의 앨범은 발매 동시에 그래미 클래식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영옥씨는 사딘 지휘자의 명성보다는 직접 작업하면서 느낀 음악에 대한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 한마디로 음악밖에는 모르고 음악 외에는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는 스타일입니다. 리허설을 위해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강한 두 사람이 만났기 때문에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그 열정에 감동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믿어지지 않을만큼 예민한 귀를 가진 지휘자예요.”
완벽주의자인 새딘 지휘자 역시 신씨와의 작업이 무척이나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는 “신영옥은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목소리를 가진 가수”라며 “함께 녹음을 하며 그녀의 재능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지성과 영리함이라는 것을 알게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오후 10시 30분이 넘어 모든 작업을 마친 뒤 단원들이 분주히 악기를 챙기고 있을 때 갑자기 더 바빠진 두명의 스탭이 있었다. 앨범 작업 전 과정을 영상에 담는 작업을 담당한 비디오그래퍼 백평훈씨와 박기수씨. 녹음 중에는 버튼 소리마저 내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던 이들은 지휘자와 악장 등 주요 인물들의 인터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홀 안을 동분서주했다.
백평훈씨는 브루클린 칼리지에서 TV&라디오 과정을 마치고 3년 동안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다양한 장르의 영상물을 기획, 연출, 촬영, 편집했다. 10월에는 비디오 아티스트로서 맨하탄에서 다른 분야의 작가들과 합동 전시회 ‘뮤직 비디오 프로젝트’를 기획중이다. 뉴저지 노던 밸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NYU 영화과에 입학한 박기수씨는 신영옥씨의 매니저인 언니 신명옥씨의 아들이기도 하다. 10학년이 되던 해 영화감독을 목표로 삼았다는 박씨는 혼자서 촬영과 편집 소프트웨어를 독학했고 지난해 제작한 10분 분량의 단편영화 ‘졸업 선물(Graduation Gift)’로 시나리오상을 수상하기도 한 미래가 기대되는 예비 영화인이다.
2일 동안의 오케스트라 녹음을 무사히 마친 신영옥씨는 밥 딜런, 허비 행콕, 셀린 디옹 등이 작업했던 클린턴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보컬 녹음을 하게 된다. 이르면 9월 앨범이 발매되며 12월에는 프로모션 공연이 한국에서 있을 예정이다. 91년 1월 홍혜경의 대역을 맡아 베르디의 ‘리골레토’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로서 2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신영옥, 친숙한 영화 음악을 통해 대중들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박원영 기자> wypark@koreatimes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