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가 점잖지 못하다는 이유로 영국인에게 외면당한 야구가 미국인에게는 국민스포츠로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영미 두 나라의 경제학자인 스테판 지만스키와 앤드루 짐벌리스트가 공동 저술한 책, ‘세계는 축구에, 미국은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에 의하면 시작이 달랐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축구는 지역 연대감과 후원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야구는 자본가의 투자와 리그 조직을 통한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답게 스포츠 경영과 마케팅 측면에서 설득력 있는 설명을 했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것에 그쳤다.
미국이 야구에 열광하는 보다 깊은 이유는 “미국인의 마음과 정신을 알려면 야구를 알아야 한다”는 역사학자 재크 바준의 말대로 심리적인 것에 있다.
1840년대 유럽의 정국불안을 도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로 인해 1880년대 야구선수의 62%가 아일랜드와 독일계였고, 나머지는 서 유럽인이었다.
정치·경제·교육 등 다양한 이유로 고향을 떠나온 이민자들은 희생번트, 도루, 히트&런 등 온갖 기술을 동원하며 베이스를 돌아 홈(Home Plate)으로 돌아오려는 자국출신 선수들을 열광적으로 응원했다. 고향 (Home)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자신들에게 야구경기가 대리만족을 흠뻑 안겨준 것이다.
이민자의 향수병 치료 효과를 가진 야구는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에게도 전략적 도움을 준다. 고교성적, 표준시험 점수, 에세이, 교내 외 활동, 추천서 등으로 이루어진 입학심사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궁금해 하는 학생과 부모가 적지 않다.
홈에 들어오기까지 1·2·3루를 반드시 거쳐야 하기에 한 베이스가 다른 베이스보다 더 중요하다, 덜 중요하다 할 수 없듯이, 경쟁력이 심한 대학으로 갈수록 심사요건의 차이는 극소화 되어 어느 하나를 소홀히 할 수 없다. 표준시험 점수 하나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학생이 많은데, 이는 베이스 런닝을 잘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야구는 팀 경기인 동시에 개인경기다. 구단은 선수를 뽑을 때 투수, 내야수, 외야수, 지정타자 등 개인의 전문화된 능력을 우선으로 하고, 그 바탕 위에 균형 있는 팀을 구성한다. 대학도 마찬가지로, 다방면에 참여하는 팔방미인 보다는 한가지 활동에 전문성과 독특함을 드러내는 학생을 선호한다.
모든 것이 홈에서 결판이 나는 야구처럼 대학 진학도 가정(Home)에서 결판난다. 학교와 교사에 앞서 첫 번째 교육장은 가정이요 첫 번째 교사는 부모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의탁(outsourcing)이 우선되어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밤늦게 까지 학교에 가두어 두지 않고 오후 2시에 귀가시키는 이유는 무엇보다 중요한 인격과 교양수련은 가정의 몫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명문대학에 정신이 팔려 명문가정을 만드는 일엔 대부분 무심하다.
아일랜드 소설가 죠지 무어가“온 세상 돌아다니며 원하는 것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못 찾고 집에 돌아와서야 발견한다”고 말한 것처럼, 가정은 인간이 염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결합이다. 야구장은 타자(他者)들이 모여 타자(打者)를 응원하며 하나의 공감대를 이루는 곳이다. 다음달에 있을 시애틀 매리너스와 미네소타 트윈스 경기 ‘코리안 나이트’에서 그 동안 타자(他者)처럼 대했던 가족을 홈(Home Plate)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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