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애완동물 사랑은 유별나다. 애완동물에 쏟는 애정과 정성이 사람 못지않다. 애완동물의 건강과 자태를 위해 엄청난 돈을 아낌없이 쓴다. 최고급 스파 등 사람도 누리기 힘든 호사를 누리는 동물들도 많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미국 가정은 7,000만 가구가 넘는다. 미국인들이 애완동물을 기르는데 연간 지출하는 돈은 무려 500억달러에 달한다. 10여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액수이다. 미국인들이 영화관람, 비디오 게임, 음반 구입 등 엔터테인먼트에 지출하는 비용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액수이다. 미국 사람들은 자신의 즐거움보다도 애완동물의 복지를 위해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애완동물들은 최소한 인간과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은 재산상속이다. 죽으면서 자신의 재산 전부 혹은 일부를 애완동물에게 상속해 줘 종종 화제가 되곤 한다. 애완동물에게 상속을 해 준다고 해서 현금이나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일단 신탁펀드를 만들고 이 펀드에 재산을 넘긴 후 펀드의 수혜자를 애완동물로 지정하는 방식을 쓴다. 펀드에서 나오는 돈은 애완동물의 먹이와 거주지 등 복지를 위해 사용되며 애완동물 관리인의 보수도 지급된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39개 주가 애완동물 신탁펀드를 허용하고 있다.
뉴욕의 부동산 거부인 리오나 헴슬리는 지난해 숨지면서 자신의 애완견 ‘트러블’ 앞으로 무려 1,200만달러의 재산을 남겨 화제가 됐다. 그러면서 헴슬리는 몇몇 손자들에게는 아예 한푼의 재산도 주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 법원은 유언장 작성 당시 헴슬리의 정신상태가 온전치 않았다는 이유로 상속액을 200만달러로 깎았지만 여전히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트러블’ 앞으로 남겨진 재산의 관리인은 트러블의 안전과 음식, 의료 등을 위한 비용으로 연간30만 달러가 지출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요리사가 조리한 음식만 먹고 있다니 ‘개팔자가 상팔자’란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 가운데 헴슬리가 죽으면서 남긴 50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재산을 애완견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도록 지정한 사실이 새로이 밝혀졌다고 2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하면서 다시 한번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헴슬리는 재산 대부분을 자신과 남편의 이름을 딴 ‘리오나 앤드 해리 헴슬리 채리터블 재단’에 기부했는데 유언장과는 별도로 이 돈을 개들의 복지에 사용하라는 내용의 선언문을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심술맞은 외모의 헴슬리는 생전에도 오만하고 탐욕스런 행위로 자주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녀는 “세금은 힘없는 사람들이나 내는 것”이라면 연방세 등을 탈세해 수감 생활을 한 적이 있으며 집안의 하녀들에게도 너무 짜게 굴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헴슬리는 ‘더러운 여왕’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명을 얻었다.
자기 돈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뭐라 할 권리가 있는 사람은 없지만 헴슬리의 행태는 순수한 애완견 사랑으로 보기 힘들다. 그녀의 행위가 개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워런 버핏’이라는 평판(?)을 얻을지 몰라도 사람들 눈에는 결코 곱게 보이지 않는다. 애완견에 대한 사랑은 존중 받아야 하지만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과 예의를 결여하고 있다면 그것은 일그러진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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