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부족 학교측 창고까지 기숙사 개조
계속되는 미국의 불경기와 물가인상이 대학생들의 주거환경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아파트에서 자취하며 대학생활의 또 다른 재미를 동경해 오던 학생들이 생활비 부담에 떠밀려 좁은 기숙사에 남아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올 가을 대학 3학년이 되는 한인 장모군은 친구들과 학교 인근 아파트에서 자취생활을 하려던 계획을 긴급 수정, 다시 기숙사 입주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대학가 인근 아파트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난방비, 가스, 전기료 등 큰 폭으로 인상된 각종 유틸리티 비용과 생필품 및 식료품 가격 인상까지 감안하면 자취생활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룸메이트와 비용을 공동 부담할 계획이었지만 차라리 다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기숙사 입주가 여러모로 경제적 부담이 적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다.
롱아일랜드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학(SUNY)에 진학하는 예비신입생 황모양도 당초 사요셋의 부모님 집에서 자동차로 통학하려 했지만 갤런당 4달러를 넘는 개솔린 가격과 통학 거리를 따져볼 때 기숙사 입주가 훨씬 큰 절약의 길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황양은 신입생이라 다행히 기숙사 입주가 그나마 용이한 편이지만 장군은 사실상 기숙사 입주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미 대학 기숙사들이 1, 2학년과 대학원생 위주로 기숙사를 우선 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급학년들의 기숙사 입주 신청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정작 당황한 것은 대학 당국. 평소에도 기숙사 시설이 부족한 편이었는데 입주 신청이 폭주하자 기숙사의 각층마다 설치된 학생 라운지와 창고 공간까지 모두 기숙사 방으로 개조하는 대학들도 늘고 있다.
그런가하면 로드아일랜드의 브라이언트 대학은 대학 인근의 모텔 등 숙박시설과 계약을 체결하고 모텔의 일부 공간을 학생 기숙사로 사용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가능한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방안의 하나로 1인실 대신 2인실이나 다인실 기숙사를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기숙사 비용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나선 대학들도 생겨나고 있다.
학부생 7,000명 가운데 68%가 기숙사에 살고 있는 애틀랜타 소재 에모리 대학도 올해는 상급학년의 기숙사 입주가 크게 넘쳐 대부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이는 불과 5~6년 전만해도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것이 대학 당국의 설명이다. 그간 대학 행정당국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자취생들보다 학교생활 적응이 빠르고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학계연구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기숙사 입주를 권장해왔으나 지금은 기숙사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져 해결책 마련이 더욱 시급해진 상황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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