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넌 청교도들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에 온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들이 진정 원했던 것은 모든 사람들이 각자 양심에 따라 신앙을 택하는 사회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청교도인 사회였다.
청교도들이 세운 식민지에서 청교도가 아닌 사람, 청교도라도 정통 교리에 어긋난 사람들은 영국에서 청교도들이 받았던 것과 같은 박해를 받았다.
그 대표적인 인물에 앤 허친슨이라는 사람이 있다. 1591년 영국 청교도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남편 윌 허친슨을 따라 매사추세츠에 왔다. 독자적으로 성경을 공부한 허친슨은 남녀 평등과 인디언 박해 금지를 주창하는 등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주장을 폈으며 자기 집에서 바이블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가르쳤다.
교세가 늘어나자 그녀에 대한 기성 교단의 탄압은 심해졌으며 마침내 이단으로 몰려 재판을 받게 된다. 만삭의 몸에도 불구, 법정에 선 그녀가 끝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자 법원은 그녀를 매사추세츠에서 추방하기에 이른다.
여기 앞장선 사람이 신대륙에 ‘언덕 위의 도시’를 건설하겠다던 식민지 주지사 존 윈스롭이었다.
신대륙 첫 정착지에서 쫓겨난 그녀가 로저 윌리엄스와 같이 세운 것이 로드아일랜드 식민지다. 미 대륙 13개 식민지 중 여자가 세운 것은 이곳이 유일하다. 훗날 지금 뉴욕인 뉴 네덜란드로 내려갔다 인디언의 습격을 받고 사망한 후 한 동안 “끔찍한 이단자”로 정죄 되었던 그녀는 이제 여권 운동과 종교 자유 운동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인들의 종교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 미국인의 92%가 신의 존재를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의 71%는 유일신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으나 가주민은 62%만 그렇다고 답해 비교적 덜 종교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가주의 문화적 인종적 다양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학자들의 지적이다. 가주에는 힌두교와 불교 등 유일신을 신봉하지 않는 종교 신자들이 어느 주보다 많다.
종교적 믿음은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힘의 원천이 되지만 독선으로 흐를 때는 이단 박해와 같은 비극을 낳는다. 미 건국의 아버지들이 ‘독립 선언서’나 ‘연방 헌법’을 제정할 때 종교적 색채를 빼려 노력한 것은 정치에 종교가 개입할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가를 유럽의 역사를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지 워싱턴이나 토마스 제퍼슨, 벤저민 프랭클린 같은 이들은 신의 존재를 믿으면서도 이를 특정 종교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미국을 ‘기독교의 나라’라 부르며 기독교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일부 기독교도들보다 훨씬 개화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유일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과 믿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미국의 이상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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