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심해지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서 조류독감으로 한동안 떠들썩하더니 미국산 쇠고기로 인한 시위는 한 달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오염된 시금치, 쇠고기에 이어 오염된 토마토가 발견돼 토마토 기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먹거리가 불안해서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지 걱정이다. 뽀빠이를 상징하던 시금치, 아이들이 잘 먹는 스파게티, 피자의 토마토도, 햄버거의 쇠고기도… 어느 것 하나 안심할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어느 것보다도 우리에게 가장 큰 관심거리는 ‘미국산 쇠고기’이다.
연일 계속되는 한국의 촛불 시위를 뉴스로 접하면서도 나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을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다. 쇠고기로 인해 광우병 걸린 사람을 본 적도 없고, 미국의 식품위생 시스템을 믿어서 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한국 촛불 사태의 본질은 미국산 쇠고기 자체 보다 나라의 정치와 경제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불안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허술한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 한 쇠고기 수입이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다.
미주 한인들은 그 중간에서 심기가 편치 않다. 미주 한인들이 유태인들처럼 강한 경제력과 정치력으로 한국민들의 요구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촛불을 들고 여기 미국에서 농성을 할 수도 없고, 한국의 친지들에게 미국 쇠고기 문제없으니 빨리 받아들여 평정을 되찾으라고 할 수도 없다.
사실 소셜워커로 일하다 보면 미국 정부 관리들 중에도 깨끗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할 때가 있다. 그래서 미국의 신실성에 대한 불안함이 없지 않다. 인간은 누구나 욕심이 있고 유혹 앞에서 약한 존재가 아닌가. 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면 앞으로 미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니 무조건 미국을 믿으라고 우리 민족에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것이 1.5세의 입장이다. 이럴 땐 오히려 2.3세들처럼 속 편히 미국인 입장에서 생각을 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완전한 한국인이어서 촛불시위에 뛰어 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멀리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바라만 봐야하는 처지가 마음을 언짢게 한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을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 미국의 한국계 시민들이다. 우리만이 아니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다민족 사회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 역시 흑인과 백인의 혼혈이 아닌가.
다민족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은 음식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난다. 집을 떠나 직장으로 향하고 나면 점심의 선택범위가 너무 넓다. 햄버거, 스파게티, 타코, 쌀국수, 스시, 비빔밥 …
가능한 한 우리 것을 지키며 살고 싶다가도 이러다가는 무늬만 미국 시민이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완전 미국시민도 완전 한국인도 아닌 무늬만 미국시민에 무늬만 한국인이다.
한국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은 미주 한인사회가 어떤 형태로든 한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힘을 키워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시민이지만 아직은 무늬뿐이고 속으로는 한국인인 1.5세로서 한국에서 촛불 시위하는 동포들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토마스 오 소셜 워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