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대개 스포츠를 한 가지씩은 즐긴다. 중장년층들엔 체력소모가 덜한 골프와 테니스가 인기지만 젊은이들은 팀을 만들어 축구, 농구, 야구 같은 격한 게임을 벌이기도 한다, 눈이 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스키광도 있다.
필자는 중고교시절 키 좀 크려고, 대학시절엔 살 좀 빼려고 열심히 농구를 했다. 아시아 여자농구대회가 열리는 장충체육관에 꼬박꼬박 찾아가 박신자를 열렬히 응원했다. LA에 이민 온 뒤엔 ‘매직’ 존슨과 압둘 자바가 이끄는 막강 레이커스의 열혈 팬이 됐다.
그 무렵 시애틀에도 겁나는 팀이 있었다. ‘안방불패’의 레이커스가 시애틀에 원정만 가면 숀 켐프, 게리 페이턴, 샘 퍼킨스 등이 펄펄 나는 수퍼소닉스에 터지고 오기 십상이었다.
보잉이 개발하려던 초음속 비행기의 이름을 딴 수퍼소닉스는 시애틀 최초의 프로구단으로 1966년 12월20일 LA 사업가 샘 슐만에 의해 창단됐다. 처음 10년간 바닥을 헤맨 소닉스는 명 코치 빌 러셀이 부임한 1975년 처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창단초기 선수 겸 코치로 뛰었던 ‘농구전설’ 레니 윌킨스를 코치로 영입한 1978년부터 전성기를 구가했다.
윌킨스는 부임 첫해 소닉스를 서부 컨퍼런스 왕좌에 앉혔고, NBA 결승전에서도 워싱턴 뷸렛츠에 3승2패로 앞서다가 두 게임을 내리 지는 바람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다음해에도 소닉스는 컨퍼런스 결승에서 피닉스 선스를 격전 끝에 4승3패로 꺾고 NBA 결승에서 숙적 뷸렛츠와 다시 맞붙어 4승1패로 완승, 감격의 NBA 챔피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시애틀 프로구단 가운데 최초로, 또 유일하게 전국 챔피언에 오른 소닉스가 지금 코트(경기장) 아닌 코트(법정)에서 판사를 레퍼리 삼아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샘 슐만에서 배리 액컬리, 하워드 슐츠(스타벅스 회장)를 거쳐 2년전 구단을 인수한 클레이 베넷이 팀을 자기 고향인 오클라호마시티로 옮기려 하자 시애틀시가 발끈해서 제소했기 때문이다.
시정부는 소닉스가 홈구장으로 임대해 쓰고 있는 키어리나를 계약이 만료되는 2010년까지 못 떠난다고 버티고 있고, 구단주 베넷은 키어리나가 너무 작고 시설도 낙후돼 앞으로 2년간 6,000만 달러를 앉아서 손해 본다며 계약을 조기파기 해달라고 떼를 쓴다.
키어리나는 시애틀에서 세계박람회가 열린 1962년 ‘21세기 경기장’으로 지어졌지만 10년도 못가서 지붕에서 비가 샜다. 1972년 스펜서 헤이우드 선수가 경기장 바닥에 고인 빗물에 미끄러져 다친 후 시를 제소, 5만5,000 달러를 배상 받기도 했다. 1995년 총 9,600만 달러나 들여 개수하면서 3,000석을 늘렸는데도 수용인원이 1만7,098명에 불과하다. 보수공사 기간 동안(그전에도 관중이 1만4,000명 이상 몰리면) 지금은 헐린 킹돔에서 경기를 벌였다. 보수공사 후 원래 이름인 ‘콜리지엄’이 명명권 스폰서인 키뱅크(Key Bank)에 의해 ‘KeyArena’로 바뀌었고, 소닉스는 그 키어리나에서 첫 경기를 레이커스와 벌였다.
지난 16일 시작된 소닉스-시애틀시의 ‘법정게임’이 사실상 끝나고 레퍼리인 여판사 마사 페크만의 판정만 남았다. 필자는 판사가 베넷의 손을 들어줘도 놀라거나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시애틀 시가 소닉스 팬들을 볼모로 장사꾼인 베넷보다 더 졸렬하게 경기를 벌여온 데다가 어차피 2년 후면 ‘오클라호마시티 수퍼소닉스(?)’가 탄생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전국 최고수준의 야구장(세이프코필드)과 풋볼구장(퀘스트필드)을 가진 시애틀이 변변한 농구장 하나 마련 못할까? 구장신축을 위한 세금에 쏠릴 납세자들의 눈총만 무섭고 홈 농구팀을 잃고 허탈해할 젊은이들의 원성은 무섭지 않은가? 이명박 대통령도 ‘촛불 민심’을 예견 못하고 쇠고기 수입협상을 ‘실용처리’했다가 엄청나게 곤욕을 치르고 있지 않은가!
윤여춘(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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