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성
피부관리 국제면허 소지자
약품 목록 만들기 (5)
지금까지 모든 약물은 여러 가지 작용을 하면서 동시에 원하지 않는 부작용도 함께 한다는 점에 대해서 설명해 보았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의 의료 방식으로는 계속 약물에 의존하는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한 지난 반세기에 걸친 기름진 서구식 식생활과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운동 부족의 생활 방식이 초래한 후유증으로 성인병이라고 불리는 고혈압, 당뇨, 심장병 같은 대사 증후군이나 자가 면역 질환이 만연되었다. 그러자니 나이가 들어가면서 병원을 피하고 사는 일이 점점 요원해지는 것 같다.
한 달 전쯤, 한 환자를 보게 되었다. 얼마 전 심장 마비 증세로 응급치료를 받아 간신히 소생한 뒤 아직도 병원을 다니며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백인 여성으로 상담 말미에 그 분이 내민 약품 목록에는 무려 열 한가지의 약 이름이 적혀 있었다.
심장 박동과 혈압을 조정하기 위한 약 서너 가지,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여성 홀몬제, 감정 조절을 위한 우울증 치료약, 골다공증 치료약과 영양제 등의 약 이름이 약의 용량과 함께 나란히 적혀 있었다.
열 한 가지의 약이 너무 많다고, 혹시 과장이 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늙어가며 신체의 여기저기가 불편하다 싶어 병원을 찾기 시작하면 대충 이정도의 약물이 투여 된다.
물론 약을 처방할 때 꼭 피해야 하는 약은 피하고 처방을 한다지만 이렇게 많은 약들이 섞일 때 어떻게 교차반응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일일이 알려진 바가 없다. 또 개인차라는 것이 있어 다른 사람은 멀쩡한데 어떤 사람에게만 특별한 증세가 나타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모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반드시 약품 목록을 만들어 신분증처럼 가지고 다니는 일이다. 약품 목록에는 현재 쓰는 약 이름은 물론 최근까지 사용하던 약 이름도 포함하는 게 좋다.
병원에서도 중증 당뇨같이 유사시 응급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 병명을 적은 팔찌를 만들어 언제나 차고 다니게 한다. 응급실에 도착을 했을 때 시간 낭비 없이 재빨리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에 그 사람의 약품 목록이 함께 있다면 시간을 더욱 벌 수 있다.
비단 이런 응급 경우에만 그런 것이 아니고 주변의 어르신들이 병원 출입을 하기 시작하면 약품 목록으로 진료 시간을 단축시키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써서 환자가 받을 고통을 미연에 방지 할 수도 있다.
같은 질병으로 한 병원에 계속 다닐 경우에는 진료와 처방 기록이 있어 괜찮지만 다른 의사를 보거나 진료과목이 달라질 경우에는 반드시 약품 목록이 필요하다.
부모님들이, 또 주변의 어르신들이 점점 늙어가며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지면서 늘어나는 약들을 약통에 챙기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과가 되는 게 현실이다. 필자의 아버지도 고혈압과 심장병으로 인해 여러 약들을 복용하고 계신다. 지난 일요일이 아버지 날이었다.
이렇게 명절로 날짜를 정해 놓거나 생신이 되어야 조금 부모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 현재를 사는 각박한 모습이다.
그저 아는 분들의 약품 목록을 챙겨드리는 것으로 아주 조금의 효도를 대신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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