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거의 10년 전인 1999년 2월 9일 LA 코리아타운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채프만 플라자에서 일식집 ‘닌겐’을 운영하던 이모씨가 플라자 소유주인 허모씨와 매니저 신모씨의 발목을 전화 줄로 묶은 후 총격 사살하고 자살한 것이다. 이씨는 허씨로 하여금 집에 전화를 걸게 해 돈을 가져오게 했으며 허씨가 살려달라고 애걸했는데도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
두 사람은 식당 장사가 안 되면서 렌트비를 둘러싸고 감정의 골이 패이기 시작했고 서로 맞소송을 제기하며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들어섰다. 이씨는 거액을 투자한 ‘닌겐’이 경영난에 빠지자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으며 나중에는 운영에서 손을 떼고 리커스토어 종업원으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이씨를 잘 알던 사람들은 그가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지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극한 상황에 처하면 보통 사람도 악의 화신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아득한 옛날이야기 같지만 90년대 LA 한인 사회가 불경기와 부동산 폭락, 4.29 폭동과 지진 등으로 무척 어려웠을 때 상점 주인과 건물주, 동업자간의 총격 자살 사건이 유난히 많았다. 96년 1월 구 한솔 헬스클럽에서 구두닦이로 일하던 박모씨가 사장 김모씨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 같은 해 5월 토랜스 피크닉 가든 주인 안모씨가 동업자 마모씨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 등이 그 예다.
한 동안 뜸하던 사업 관련 총격 살해 사건이 15일 LA 코리아타운에서 벌어졌다. 베벌리 온천 매니저로 17년 간 일했던 허모씨(67)가 이곳을 찾아와 언쟁을 벌이다 업주 허모씨(40)를 권총으로 쏴 살해한 것이다. 허씨는 범행 직후 할리웃 경찰서에 와 살해 사실을 털어놓고 자수했다.
허씨는 숨진 허씨의 부친 밑에서 오래 일하며 이 업소의 지분을 요구했고 이를 들어주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으며 여기서 패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허씨 간에 어떤 약속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밖에 모를 일이지만 이 때 맺은 잘못된 인연으로 한 사람은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고 다른 사람은 살인자로 법의 엄한 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90년대 경험한 일이지만 돈을 둘러싼 분쟁은 경기가 나쁠 때 더 자주 발생하며 결과도 최악의 상태로 치닫는 수가 많다. 어렵게 모은 돈을 모두 날리고 절망적인 상황에 빠지면 평소에 생각지도 못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돈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인간의 생명과 비교할 수는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업주와 건물주끼리, 동업자와 동업자끼리, 업주와 직원끼리 조금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야말로 이런 끔찍한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는데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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