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개월 전 수술 받은 약한 무릎 끌고
91홀 사투 끝 미디에잇 제친 위대한 승리
US오픈 골프
결국은 예상대로 됐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US오픈 역사상 최고령 우승에 도전한 베테랑 로코 미디에잇(45)은 ‘전설’로 올라서고 있는 타이거 우즈(32)앞에서 첫 18홀까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분투하며 꿋꿋하게 버텼지만 결국 ‘황제’의 예정된 ‘대관식’을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18번째 홀에서 또 하나의 ‘타이거 매직’을 번뜩인 우즈는 약 두달 전 받은 수술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은 약한 무릎을 끌고 91번째 홀까지 가는 혈전 끝에 끝내 우승컵을 치켜들어 그 눈부신 이력서에 어쩌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를 추가했다.
16일 샌디에고 토리파인스 사우스코스(파71)에서 펼쳐진 제108회 US오픈 챔피언십 18홀 플레이오프에서 우즈는 18홀까지 이븐파 71타를 쳐 미디에잇과 타이를 이룬 뒤 서든데스 플레이오프 첫 홀에서 파를 잡아 보기를 범한 미디에잇을 따돌리고 생애 3번째로 US오픈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통산 14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우즈는 이로써 잭 니클러스가 보유한 ‘메이저 18승’ 기록에 4승 앞으로 다가섰다.
전날 마지막 18번홀에서 극적인 12피트 버디펏을 성공시켜 미디에잇과 타이를 이루고 이날 18홀 스트록플레이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얻어낸 우즈는 약한 왼쪽 무릎에도 불구, 전날 마지막 클러치 펏에서 비롯된 상승세를 감안할 때 세계랭킹 158위인 미디에잇을 무난히 누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고 10번홀까지 그가 미디에잇에 3타차로 앞서가자 이 예상은 그대로 이뤄지는 듯 했다.
하지만 PGA투어의 백전노장인 ‘나이스가이’ 미디에잇은 우즈만 만나면 다리 힘이 풀려 제풀에 넘어지곤 하던 지금까지의 도전자들과는 달랐다.
시종 여유를 잃지 않은 그는 전혀 우즈의 페이스에 말리지도 않은 채 초지일관 자신의 플레이를 했고 그런 상대를 맞아 오히려 제 컨디션이 아닌 우즈가 먼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우즈는 11, 12번홀에서 잇달아 보기를 범해 3타였던 리드는 1타로 좁혀졌고 모멘텀을 탄 미디에잇은 13번홀부터 3연속 줄버디를 뿜어내며 우즈로부터 리드를 빼앗아갔다. 우즈는 13번홀에선 버디로 미디에잇의 버디에 맞섰으나 다음 두 홀에선 파에 그치며 결국 1타차로 리드를 빼앗기고 말았다. 3홀차 리드가 5홀만에 1홀차 열세로 뒤바뀐 것이었다.
이후 두 선수는 16, 17번에서 파를 주고받아 미디에잇은 1타차 리드를 안고 마지막 18번홀(파5) 티박스에 올라섰다. 하지만 미디에잇에게 불행한 것은 이 18번이 이번 주 내내 우즈에겐 ‘매직’을 만들어낸 기적의 홀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우즈는 이틀 전 3라운드 이 홀에서 단독선두로 올라서는 이글을 잡아냈고 바로 전날은 12피트 버디펏으로 승부를 하루 더 연장시켰던 곳이었다. 하루 종일 헤매던 우즈의 드라이버도 여기서 페어웨이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투온으로 25피트 이글 퍼팅 찬스를 잡아내 투펏 버디로 미디에잇을 따라잡았다. 미디에잇은 승부를 끝낼 수 있었던 20피트 파펏을 살리지 못해 서든데스로 끌려갔고 결국 19번째 홀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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