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스 값은 오르고 경기는 내려가는 요즘 일자리가 있는 것만도 과분하고 휴가는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이 바로 유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가 나빠지기 전에도 많은 미국인들은 휴가를 짧게 가고 일하는 경향이 많았다. 여행 사이트인 익스피디아 닷컴에 따르면 미국인의 1/3은 직장에서 주는 휴가도 다 찾아 쓰지 못하고 3일 정도를 반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영국 노동자의 1/4도 휴가를 다 쓰지 않으며 프랑스도 이보다는 적지만 다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영국인들은 평균 26일, 프랑스인은 37일의 휴가를 즐기는데 미국인은 14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진국중 미국만 의무 유급 휴가 없어
정기적으로 휴가가는 사람 심장병 적어
과로와 관련된 연구 전문 기관인 ‘자기 시간 찾기’의 사무국장인 존 드 그라프에 따르면 137개국이 의무 유급 휴가 법규를 갖고 있다. 선진국 중 미국만이 유일한 예외다. 미 노동 통계국에 따르면 사기업에서 일하는 미국 노동자의 1/4은 아예 유급휴가가 없다.
또 컨퍼런스 보드에 따르면 향후 6개월내 휴가를 가겠다는 미국인은 30년래 최저 수준이다. 응답자의 39%만이 휴가를 가겠다고 밝혔다. 2000년에는 49%가 휴가를 가겠다고 답했었다.
집에서 TV를 보거나 소설을 읽다가 며칠만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여행은 단지 사치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20년 동안 직장 여성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6년에 한 번 휴가를 떠난 여성은 1년에 2번 휴가를 간 사람보다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8배나 높았다.
이 조사를 실시한 이커 병리 연구소의 일레인 이커는 이같은 결과가 다른 조사로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녀는 “신체는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으며 휴가가 건강에 중요하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9년 동안 심장병 위험이 높은 남성 1만2,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 조사에 따르면 매년 여행을 가지 않은 사람은 사망 확률이 21%, 심장병으로 죽을 확률은 3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병이 없는 사람도 최소 1주일, 가능하면 2주일 여행을 떠나 푹 쉬는 것은 숙면에 도움을 준다. 과학 자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마크 로즈킨드는 2006년 에어 뉴질랜드와 휴가의 혜택에 관한 연구 조사를 했다. 그는 미 서부에서 뉴질랜드로 여행 온 사람 15명에게 여행 가기 전 여행기간 동안 여행 다녀온 후 사흘 간 숙면 상태를 측정하는 팔찌를 차게 했다. 그들은 또 여행 전과 후 반응 속도를 측정하는 테스트도 받았고 비행기간 동안 두뇌도 모니터 당했다.
그 결과 여행기간 동안 숙면 시간이 1시간 늘어났으며 반응 속도도 80% 향상됐다. “집에 돌아가서도 그들은 1시간 정도 더 잤고 여행 전보다 반응 속도도 30~40%정도 향상됐다”고 그는 말했다.
중요한 것은 휴가 기간 동안 몸만 직장에서 떠나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떠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매시간 셀폰과 인터넷을 체크해서는 휴가의 의미가 없다. 10년 동안 텔아비브 대학 경영학과는 휴가 전, 휴가 동안, 휴가 후의 스트레스 해소 등 ‘휴식 효과’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이 조사 책임자인 도브 에덴 교수에 따르면 리비에라로 여행을 와서도 전자기를 통해 사무실에 매달려 있는 사람은 휴가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번아웃 될 가능성이 높다. 내 이웃 마크는 일에 미친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여행을 떠날 때 셀폰이나 인터넷이 없는 곳을 골라갔다.
드 그라프는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해도 휴가 부족 증상을 치유할 해결책을 구상하고 있다. 연방 의회를 통해 유급 휴가 의무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는 이 법안이 내년 상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안 내용은 모든 미국인에게 연 3주의 유급 휴가는 준다는 것이다.
“이 안이 통과되기는 어렵겠지만 관심은 많다”고 그는 말한다. 병가나 가족 문제로 인한 휴가보다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들 사이에도 그 때보다 반대가 적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동 경비가 2~4%정도 늘어나겠지만 병가나 이직율이 줄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기업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계산이다.
휴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온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여행에 필요한 엄청난 양의 짐과 비행기 안에서 우는 아이들, 인터넷으로 볼 때는 멋있었는데 실제 가보니까 공사장 옆에 있는 호텔 등의 문제도 있다.
1979년 랜스 머로우는 타임지에 오르는 개스 값 때문에 가족 여행이 줄고 있다는 기사를 썼다.
그는 가족 여행의 진짜 위험은 일상 생활에서 벌어지는 가족간의 충돌을 한데 뭉쳐 놓는데 있다고 적었다. 그보다 몇 해 전에는 로버트 벤칠리가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은 불가리아 3등 열차를 타는 것과 같다”고 적었다.
미네소타대 사회과학 교수인 윌리엄 도허티는 “여행은 어떤 가족 활동보다 추억을 남긴다. 나쁜 일이 일어날수록 좋은 추억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저지 해변에 놀러갔다 아버지가 조개 껍질을 밟아 병원에 실려간 일을 기억한다. “나는 앰뷸런스를 타고 따라갔는데 아주 좋았다”고 그는 말했다.
가족 여행은 가족간의 화합을 위해 좋지만 너무 가족이 많은 것은 문제다. 올 여름 케이프 카드에서 내 여동생과 남편, 3자녀, 부모님과 함께 휴가를 보낼 예정인데 잘 지냈는지 나중에 알려주겠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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