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오바마에게 밀렸고, 한인 여학생 재키는 경쟁률이 높은 10여 개 대학에 지원했다가 모조리 하얀 봉투를 받았다. 그들이 밀린 이유는 무엇일까?
유권자들이 힐러리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성차별(sexism)이 인종차별(racism) 보다 더 심해서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하지만,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를 위시해서 수많은 여성이 주지사, 시장 등 요직에 앉아있는 마당에 성차별은 적절한 설명이 못 된다.
오히려, 네포티즘(정치적 지위를 이용, 가족 친척에게 공직자리를 내주거나, 공공사업 계약에 특혜를 베푸는 족벌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이 백악관의 환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아버지 4년, 아들 8년으로 이어지며 부시 부자가 벌린 족벌정치 뒤에 남편 빌 클린턴의 바통을 이어 받아 힐러리로 연결하는 또 다른 대물림을 국민들이 꺼린다는 이유가 좀더 설득력이 있다.
한편, 재키는 학업성적, 표준시험 점수, 에세이, 추천서, 봉사활동 등 어느 면에서나 완벽에 가까운 학생이었다. 각 대학의 입학 사정관에게 불합격 이유를 알아본 결과, “재키의 우수성은 인정 하지만 독특성이 없다”가 그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두드러지게 다른 점이 없는 지원자에 신물이 난다”고 귀띔 하는 사정관도 있었다.
자녀에게 어떤 독특한 점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실제로 그들에게 독특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부모자신이 소원하는 독특성만을 찾고 인정하려는 태도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숙한 예술가는 이상(理想)이라는 명분으로 자기 앞에 놓인 모델을 정정한다. 수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이 조절하고 있는 오묘한 하나의 유기체에 손을 대어 이상적인 변형을 일으키고 바로 잡으려 한다. 그러나 결과는 실존을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자이크를 조립하는 것이다.”
조각가 로뎅이 간파했듯, 부모는 자신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이상형”을 추구하기에 독특성을 보지 못하고 자녀의 부족한 점만 바로 잡으려 한다. 수학에서 A를 받고 영어에서 B를 받으면, 잘하는 과목을 두드러지게 더 잘하라는 격려는 없고 조금 미비한 것에 채찍을 휘두른다.
부모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고, 너무 흔하기 때문에 감동을 받지 못하는 평범한 것에서 특별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
부모들은 흔히 직장과 사업체에서 스트레스로 시달리고 피곤해서 자녀의 독특성을 관찰할 시간이 없다고 불평한다.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5시간 동안 골프를 즐기며 그린 위의 작은 흠집까지 집어내고, 밤 세워 비디오를 보며 드라마 주인공이 누구와 사귀고 헤어지는지를 꿰고, 종교 집회에 연속 3일 참석하여 강사의 말을 들을 시간은 있어도, 자녀의 관심, 호기심, 친구관계, 생각에는 3분 이상 귀와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지 않는가.
모든 것이 똑같이 진행되는 학교 안에서는 개인의 독특성을 발견하거나 개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학교가 파한 오후 3시 이후, 주말, 그리고 여름방학 등 자유시간만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
특히, 여름방학은 사회학자 허버트 마르쿠제가 간파한 “일차원적 인간(내적 특성을 상실하고 비판 없이 외부의 가치와 질서에 순응하는 사람)”의 모습에서 벗어나 다차원적 존재로 변형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간이다.
“일차원적 인간으로만 살수 없다”고 외치고 가족끼리 촛불단합대회라도 열며 여름방학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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