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아메리칸 드림
중산층 소득 8년 전보다 줄어
집·차·TV 소형으로 교체
국민 54% “삶의 질 제자리”
상위 10%가 소득 50% 독식
빈부격차 갈수록 벌어져
“열심히 일하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찾아온다.” 아메리칸 드림의 묵시적 암시가 요즘은 주택가 하락에 4달러를 넘어선 개솔린 가격, 여기에 식료품 값 인상에 소용돌이치는 금융시장까지 가세해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6일 USA투데이 서베이에 따르면 54%의 응답자가 삶의 질이 5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고 밝혔고 45%만이 자녀들이 그들보다도 더 잘 살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워싱턴 D.C의 퓨연구센터에서 최근 발표한 한 연구보고서에서도 “반세기 전보다 더 적은 미국인들이 그들의 삶이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결론 지은 적도 있어 고유가와 경기 위축 등으로 인한 미국인들의 미래에 대한 상실감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아메리칸 드림은 죽은 것인가?
2001년 불경기 끝자락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인들의 가구당 소득 중간가가 급속한 경기 팽창에도 매년 줄어들고 있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06년 미국인 가정 절반이 연 5만8,407달러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인플레이션 비율을 계산하면 2000년의 5만9,398달러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
경기 팽창기의 호화 주택, 대형 SUV, 플랫스크린 TV가 소형화 추세로 바뀌어 작은 주택, 소형차, 그리고 크레딧카드 부채 상환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 됐다.
2007년 미국 주택이 지난 1975년 주거지보다 50%가량 더 커졌다. 1998년 배럴당 12달러 하던 오일이 지금은 140달러에 육박한다. GM사는 지난주 개솔린 잡아먹는 트럭생산 공장을 4곳이나 폐쇄했다.
리노의 정보기술과 교수 밥 리즈코(36)는 연봉 13만달러를 받지만 결혼을 포기했다. 에너지 코스트, 식료품값 인상, 의료비 및 교육비 상승으로 자식을 키우면서 중산층 생활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메리칸 드림은 1931년 제임스 트루슬로우 애담스가 처음 사용한 단어로 ‘능력 또는 성취에 따라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져 더 낫은, 부유한, 그리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땅의 꿈’이라는 의미였다. 당시만 해도 실업률이 20%에 웃도는 대공항의 어둠이 짙게 깔린 때여서 애담스의 표현은 열망보다는 환상에 지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종전과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면서 그의 이같은 비전은 현실로 다가오며 세계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꿈의 나라가 됐었다.
1945~1973년 미국은 황금기를 구가했다. 저소득층 수입 성장속도가 부유층의 그것보다 훨씬 빨랐고 소위 ‘함께 성장’한다는 미국식 등식이 성립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최근의 미국은 이같은 등식에 맥을 끊는 기현상의 연속이다. 잘 사는 사람이 모든 이익을 독차지 한다.
UC버클리의 한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2006년을 기준으로 10만4,700달러 이상의 가정이 미국 가구의 10분의1을 차지하고 있으나 미국인 연간 수입의 무려 절반(49.7%)이나 차지한다. 특히 38만2,600달러의 수입을 갖는 미국인 가정이 전체의 1%에 그치지만 이익 독식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지난해 미국 경제가 2000년 보다 18%나 커졌다고 한다. 하지만 수입이 오히려 줄어든 전형적인 미국인 가정들은 국가 경제 성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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