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위해 살고 싶었죠”
7년 활동 접고 내달 이임
에반스의원과 특별한 인연
“결의안 통과는 기적...”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이하 정대위)의 서옥자 회장(사진)이 물러난다. 1999년 사무총장을 시작으로 2001년 6월 회장을 맡아 종군위안부 할머니들과 지금까지 맺은 인연의 끈을 공식적으로는 풀어 놓는 셈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할머니들의 아픔이 너무 기가 막혀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약자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뛰어든 정대위에서의 7년은 서 회장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 수 없다.
“동기가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메일이나 전화로 비난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요. 어떤 동기가 필요합니까? 강자 주위에는 늘 사람이 많은 법이지만 불쌍한 할머니들은 누가 관심을 가져 주나요? 시대를 잘못 만나고, 강한 나라에서 태어나지 못해 한 많은 인생을 살아온 할머니들의 삶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내 일이지요. 크리스천으로서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서 회장은 어릴 때부터 세 끼 밥만 축내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한다고 결심했단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똑똑하고 야무져 선생님 대신 수업을 진행하고 영어를 잘해 “넌 커서 영어선생 할거다”라는 말을 친구들로부터 들을 정도로 남다른 재능과 특출함이 있었던 이 소녀는 나중에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판촉부장으로 있으면서 ‘앰배서더 서’로 통했다. 각국 외교관이나 대사관 관계자들을 하도 많이 알아서 붙은 별명이다.
그는 당시 ‘커리어 우먼’의 대명사였다. 방송국과 각 언론의 취재 요청이 아주 많았다. 영국 항공사 ‘캐세이 퍼시픽(Cathay Pacific)에서 일할 때는 홍콩에서 3년간 모델을 했고 타임, 포츈 등 외국 유명 잡지를 숱하게 장식했다.
1987년 미국 유학길은 “하나님의 부르심(Calling)”이라고 서 회장은 믿는다. 공부를 마치고 메릴랜드 그린벨트 소재 워싱턴 바이블 칼리지에서 상담심리학 교수로 있는 그는 정대위 일 때문에 가끔 수업에 지장을 받기도 했지만 허겁지겁 강의실에 뛰어들어 가면서 “기도해 달라”며 위기(?)를 넘기는 재치도 발휘했다.
미 언론과 대학에 일본의 만행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대 할머니들을 모시고 방문한 캠퍼스도 50개가 넘는다. 때로 너무 힘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럴 때마다 레인 에반스 전 일리노이주 연방하원의원이 큰 힘이 돼줬다.
“파킨슨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에반스 전 의원을 주변 사람들이 잘 돌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는 서 회장은 “한 때 그와의 결혼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아직 혼자지만 독신주의자는 아니다. 그저 “제 짝을 못 만났을 뿐” 지금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나 억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가끔 하나님께 푸념도 합니다. 왜 나를 빈들에서 비바람 맞고 살게 하느냐고. 외롭고 서럽다고.” 솔직하게 묻는 그에게 하나님은 응답을 주셨다. 기적은 빈들에서 일어나는 법이라고.
몇 년 전까지도 별 진척이 없다가 지난 해 한인사회와 일본계 마이클 혼다 연방하원의원이 적극 나서면서 일본종군위안부결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킨 것도 그런 기적 중에 하나다.
서 회장이 믿고 있는 또 하나의 기적은 에반스 의원의 회복이다. 그 뿐만 아니라 한국에, 중국에 있는 기도 동역자들이 받은 응답도 그것이어서 확신이 흔들리지 않는다.
에반스 의원이 일어나면 출판하려다 중단한 자서전을 완성할 계획이다. 그 책 안에 지금까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놓고 싶다.
서 회장은 앞서 간 여성을 바라보는 후배 여성들에게 해줄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 “작은 일에 충실하면 하나님이 큰일을 맡기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분간 쉬고 싶다는 서 회장은 “그동안 교회(빌립보교회 출석) 봉사를 제대로 못했는데 밀린 숙제를 해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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