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기에는 규칙이 있다. 일례로 축구에서는 골키퍼만이 손으로 공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경기 도중 위급한 상황에서 한 선수가 공에 손을 대 페널티킥을 얻었고 이것이 골로 연결됐다고 치자. 경기 종료 5분을 남겨두고 이 선수가 심판한테 달려가 항의를 하며 “똑같은 선수인데 누구는 손을 써도 되고 누구는 안 되느냐”며 평등권을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선수는 모든 축구 팬들의 조롱거리로 남을 것이며 선수 자격을 박탈당할지도 모른다.
축구 경기장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운동 시합보다 훨씬 중요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일어나려 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패색이 짙어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민주당 경선 룰을 어겨 자격이 박탈된 플로리다와 미시건 대의원 자격을 모두 회복시켜야 한다며 들고 일어선 것이다.
힐러리는 이 두 주 대의원 자격 박탈을 흑인 민권 운동과 짐바브웨의 민주화 투쟁에 비유하면서 이것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 민주주의가 끝장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견강부회도 유만부동이란 말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 같다.
이 두 주는 당에서 정한 날짜보다 먼저 경선을 치르면 선거가 무효화된다는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예선을 강행했다. 따라서 당연히 자격이 박탈됐으며 당시 힐러리 진영에서나 버락 오바마 진영에서나 아무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두 후보 모두 플로리다와 미시건에서는 캠페인을 벌이지 않았으며 미시건에서 오바마는 이름조차 아예 빠져 있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힐러리가 이곳 주민들의 투표를 유효화해야 한다고 억지를 쓰는 것은 그것만이 유일하게 자신이 총 투표수에서 이겼다고 주장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더라도 선출 대의원이나 수퍼 대의원에서 오바마의 우세는 흔들리지 않는다. 총 투표에서 앞선다는 것도 힐러리 측 얘기지 언론기관마다 결과가 다르다.
민주당 대선 후보는 총 유효표가 아니라 대의원 수에 의해 결정된다. 어차피 승산이 없는 싸움을 경기 도중에 룰을 바꿔가며 유효표 우세를 주장하고 그것을 근거로 수퍼 대의원들이 자신을 지지해야 한다는 힐러리의 주장은 너무도 초라해 보인다.
민주당 당규 위원회는 오는 31일 워싱턴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을 갖는다. 당규 위원회가 플로리다와 미시건 대의원 자격을 회복시킬 수 있는 최대 한도는 원래 인원의 절반이다. 절반의 자격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오바마와 힐러리 지지 대의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할 경우 다른 쪽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힐러리 지지자들은 당규 위원회가 열리는 곳에서 “모든 표를 세라”는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힐러리는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이를 말린 후 민주당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것이 양식 있는 정치인으로서 취할 최소한의 자세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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