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25%만 되 모아도 2,000만 먹여 살려
푸드 뱅크는 도네이션용 식품 모자라 아우성
빈곤국 식량위기 가운데 ‘식품낭비’가 일상화
그로서리비가 치솟고 있다. 그 가운데 푸드 뱅크는 도네이션 식품이 모자라 난리다. 그리고 식량부족 사태로 지구촌 이곳저곳 가난한 나라에서는 산발적으로 폭동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엄청난 분량의 식품을 마구 버리고 있다. 어느 정도의 분량인가. 한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체에서 소비되는 식품 중 27%는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퍼마켓에서 식품이 마구 버려진다. 식당에서도, 카페테리아에서도, 그리고 각 미국 가정의 부엌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루에 미국인 한 사람당 1파운드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방대한 양의 식품이 헛되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서리 스토어들은 팔 식품이 조금만 상한 것 같거나 포장이 다소 손괴되어도 버린다. 식당들은 식재료를 쌓아 두었다가 쓰지 않은 것은 아예 통째 버린다. 소비자들은 바나나에 노란색이 보이기가 무섭게 폐기 처분된다. 먹다 남은 음식, 예컨대 중국음식을 시켰다가 남아 냉장고에 며칠 있었으면 버리기 일쑤다.
연방농무부의 1997년 조사(같은 성격의 조사가 그 이후에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재 조사 중에 있다)에 따르면 먹을 수 있는데도 버려진 식품은 연간 모두 964억파운드로, 그 중 가장 많이 낭비된 식품은 채소와 과일류, 우유, 곡류 등으로 전체 버려진 식품의 3분의2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조사는 수퍼마켓 냉동 진열장에 가득 찬 인스턴트 식품들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먹다 버리는 포테이토 샐러리, 입만 댄 피자, 반쯤 먹은 치킨, 샌드위치 등등, 일상사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식습관을 감안하면 버려지는 식품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건 묻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식품을 마구 버린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좋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동안 이 같은 식품낭비는 그냥 방치돼 왔다. 우선 가정에서부터가 그렇다. 아이에게 접시에 남겨진 음식을 끝까지 다 먹으라고 강요하는 어머니가 없다시피 한 게 요즘의 미국이다.
식품 값은 상대적으로 싼 편이었다. 때문에 식당 음식에서 가정집 음식에 이르기까지 미국인의 1인분 몫도 점차 커졌다. 미국인의 66%가 과체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비만이 문제가 되면서 식품낭비는 더 심해졌다. 남겨진 피자조각을 두었다 먹기보다는 버리는 게 낫다. 이런 식의 주장이 먹혀 들어가게 된 것이다.
카페테리아나, 식당, 수퍼마켓들은 팔리지 않은 식품을 그냥 버린다. 만의 하나 조금 오래된 식품을 누군가가 사서 먹고 병이 들었다고 치자. 그 때 들어올 소송이 겁이 나기 때문이다. 골치 썩일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쉬운 방법은 팔리지 않은 식품은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버려지는 멀쩡한 식품들을 제대로 모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먹일 수 있을까. 연방농무부에 따르면 버려진 식품의 5%만 수거해도 하루에 400만명을 먹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섯 배, 25%를 제대로 모으면 2,000만의 굶주린 사람을 배불리게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버려진 엄청난 식품들은 공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음시물이 썩을 때 생기는 것이 메탄개스다. 이는 바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연방 환경보호청(EPA)의 비교적 최근 연구보고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연간 대략 3,000만톤의 식품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쓰레기의 12%에 이르는 분량이다. 문제는 그 같이 엄청난 양의 버려진 식품 중 얼마가 제대로 매립되는가 하는 것이다. 깎은 잔디 등 각 가정의 마당에서 나오는 유기 쓰레기는 65%가 매립돼 퇴비 등으로 재활용된다. 버려진 식품은 이에 반해 불과 2%밖에 매립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선진국 ‘버려진 식품’으로 후진국 식량위기 해소가능
부시 대통령은 최근 이런 발언을 했다. “인도의 새로 부상하고 있는 방대한 중산층이 보다 좋은 음식을 요구함에 따라 식품가가 오르고 있다.”
그러자 당장 인도 정부 당국자들이 한 마디 하고 나섰다. “미국인들이 조금만 덜 먹어 인도의 중산층 정도로 체중을 줄이거나, 식품을 그처럼 마구 버리지 않는다면 아프리카의 많은 굶주린 사람들이 넉넉히 먹을 수 있다.”
식품 낭비가 이처럼 심하다. 그러나 각종 푸드 뱅크는 비축 식품이 줄고 있다. 미국 내 최대 푸드 뱅크의 하나인 ‘세컨드 하비스트’는 도네이션용 식품재고가 9% 정도 떨어졌다고 밝힌다. 반면 식량위기를 맞아 이 기구에 구호 요청을 하는 사람들은 20%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식품 낭비는 그러면 미국만의 현상일까. 그게 아니다. 부유한 산업선진국 공통의 현상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인들은 사들인 식품의 3분의1은 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 매년 400만개의 사과는 멀쩡한 상태인데도 버려지고 있고, 소시지는 120여만개가, 토마토는 280만여개가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사들인 식품의 4분의1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풍요한 선진산업국은 그렇다고 치고 빈곤한 후진국의 경우는 그러면 어떨까. 역시 낭비가 많다. 그러나 그 낭비는 그러나 선진국 형과 다르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작물의 4분의1을 낭비한다. 거두어 들여 먹기도 전에 망치는 것이다. 영농기술이 낙후돼 있는 것이 그 한 이유다. 또 작물을 거두어 보관하고 저장하는 인프라 시설이 미비돼 있다. 거기다가 각종 병충해에 무방비 상태라는 게 유엔 관계자의 지적으로, 선진국에서 버리는 식품이면 후진국의 식량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인 가족 미국인 가정이 한 달 동안 쓰레기통에 버리는 식품 명세: 육류와 생선이 10.4파운드, 곡물로 만든 각종 식품이 10.4파운드이고, 과일과 채소유가 24파운드에 이른다. 또 캔에 든 가공 채소류가 10.5파운드, 우유 등 음료가 22파운드, 버터와 각종 식용기름이8.6파운드, 그밖에 계란에서 콩, 호도 등 각종 견과류에 조미료 등이 합쳐 28파운드에 달한다.
<뉴욕 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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