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메이저 금융회사의 간부와 증권시장의 여러 지수와 연계해 수익률의 폭이 결정되는 지수연동 고정연금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상품은 변동연금에 비해 비용이 낮고 원금을 보장하지만 수익률을 상당히 제한한다. 여러 각도에서 장단점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논의했지만 과연 어떤 투자자들에게 적절한 지 결론을 내리기 힘들었다. 비용, 안전성, 성장력 모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토의 끝에 경제와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선택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소라는 결론을 얻었다. 투자자의 멘탈리티가 재정과 투자 전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외유내강’ 멘탈리티

프로대회에서 토요일을 ‘무빙데이’(Moving Day)라고 부른다. 동등한 위치에서 부담 없이 경기하는 두 라운드와 달리 정신적 압박감이 극대화되는 토요일 경기에서 순위가 크게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강한 멘탈리티를 가진 초대형 선수들이 약진하는 반면 일반 선수들은 뒤로 처지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골프 역사상 가장 멘탈리티가 강한 선수로 잭 니클라우스를 꼽는다.

골프의 핵심 멘탈리티로 다음 세 가지를 들고 싶다. 첫째, ‘정중동’의 멘탈리티이다. 상대방을 제압하는 일반 스포츠와 달리 골프는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경기이기 때문에 ‘외강내유’보다 ‘외유내강’의 정신력을 요구한다. 특히 심리적인 압박과 유혹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인내력이 중요하다. 둘째는 긍정적인 마인드이다. 수많은 변수들로 성공보다 실패의 횟수가 많은 게임에서 발전하고 승리하려면 낙관적인(optimistic)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의 과정을 즐기는 멘탈리티를 가진 사람들에게 골프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샷을 선택하는 과정은 골프의 백미이자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이다. 위험과 보상(reward)의 지렛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골퍼만이 진정한 싱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엉덩이로 돈 번다

상담할 때 파란만장한 투자경험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한때 잘 나갔었는데 상황이 바뀌면서 크게 고전하다 다 잃었거나 약간의 원금만 보전했다는 이야기가 그 주를 이룬다. 쉽게 돈이 벌리는 것 같은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영웅이 된 것처럼 자신감이 넘친다. 그러나 시험에서 어려운 문제가 변별력이 있듯이 곧바로 찾아오는 폭락장에서 투자자로서 자질과 준비성이 평가받는데 그 중심은 멘탈리티에 있다.

마찬가지로 ‘정중동’의 멘탈리티는 성공적인 투자의 제1 요소다. 황소와 곰이 싸우면서 요동치는 시장에서 투자계획이 굳건하다는 확신이 서면 웬만한 쇼크에 흔들리지 않고 만약 잘못되었다는 판단이 서면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뛰어내리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또한 워런 버핏이 지적한 대로 투자를 하나의 사업으로 인정하고 엎치락뒤치락 움직이지만 탄탄한 사업은 결국 성공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데 그래야 웬만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돈은 머리로 버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번다’는 격언을 기억하자.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관리할 때 위험과 보상의 지렛대를 철저하게 적용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래야 황소와 곰의 싸움터에서 돼지처럼 도륙당하지 않을 수 있다. 투자세계에서 공짜는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공짜를 준다고 유혹하면 다 가지라고 땅 바닥에 던져 버리라. 공짜의 뒷면엔 누더기처럼 얽혀 있는 올가미가 가득하다.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자산의 성장력을 내어주고 안전성을 택할 수 있지만 공짜를 바란다면 빨리 시장을 떠나라.

변재성
<워델 & 리드 재정자문 부장>
(310)89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