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량 증가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비바이의 광산
호쿠료 광산 소장인 야마모토 후미히로가 석탄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래 유령마을 됐던 탄광촌 다시 활기
석탄가 폭등 불구 일손 딸려 공급 부족
한 때 아시아 최대 석탄 생산지이던 일본 홋카이도의 비바이 일대는 지금 폐광과 유령 마을이 널려 있다. 총알 열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뒤로 밀린 것이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쇠락을 거듭해온 일본 석탄 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석유 값이 배럴당 135달러로 치솟으면서 일본의 고비용 광산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으며 석탄 수요도 늘고 있다. 생산량이 40년래 최고로 증가하면서 광산촌 사람들 마음에 희망이 꽃피고 있다. 비바이 시장인 사쿠라이 미치오는 “오랜 어둠 끝에 한 가닥 서광이 비치고 있다”며 “석탄이 다시 살아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곡물 등 상품 값이 뛰면서 세계 경제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지만 일본 같이 석탄을 산업혁명의 유물로 취급해 오던 나라의 석탄 산업은 예기치 않던 호황을 맞고 있다. 50년대 호시절 무용단과 5개의 극장을 갖고 있던 문화 도시 비바이는 그 때 9만2,000명에 달하던 인구가 이제는 2만7,000명으로 줄어들었다. 광산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널빤지로 창을 막은 상점들이 줄을 이었으며 마을은 유령 도시로 변해갔다.
일본의 석탄 산업은 규모가 작지만 그 부활은 높은 상품 가격이 어떻게 가장 도시화된 선진국의 자원 이용까지 변화시키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최근 한국은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석탄 산업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석탄 산업의 몰락이 산업 쇠퇴의 상징처럼 된 영국에서는 석탄 수요가 증가하면서 광산회사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폐광을 다시 열고 있다.
사우스 웨일스에서 광산을 운영하고 있는 리디언 데이비스는 “남아공화국에서 중국, 호주에서까지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산 한 곳의 생산량을 향후 5년간 10배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상품가 급등으로 목재와 천연 개스 등의 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생산량도 30년래 최고인 20%나 늘어났다. 그러나 일본이 가장 풍부하게 갖고 있는 화석 연료는 석탄이다. 일본의 수입 에너지 의존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는 회사들은 국산 에너지원을 재빨리 이용하고 있다.
전국적인 통계는 없지만 석탄 회사들은 지난 2년간 생산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비바이의 경우 2005년 2개 광산에서 3만4,000톤을 생산했는데 올해는 1973년 이래 최대인 15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십 년 동안 일본 석탄 값은 톤 당 100달러로 고임금과 추출 비용 때문에 경제성이 없었다. 그러나 세계 에너지 값이 오르는 바람에 일본 석탄도 매력적이 된 것이다.
지난 16일 호주 뉴캐슬 산 석탄 가는 톤 당 134달러를 기록했다. 2003년 5월에는 23달러였다. 홋카이도 전력회사는 올 국내 석탄 구입을 11만톤으로 전보다 2배 늘렸으며 미쓰비시 시멘트도 18년 만에 처음 국내 석탄을 사겠다고 밝혔다. 수요가 너무 높아 비바이 탄광회사인 호쿠료사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두 번째 광산을 찾고 있다.
그러나 탄광업의 침체가 너무 오래 됐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석탄을 전문으로 하는 지질학자나 석탄 매장에 관한 최근 조사도 남아 있지 않은 형편이다. 호쿠료사는 40년 전에 만든 낡은 노란 지도를 드려다 보며 석탄을 찾고 있다. 호쿠료사 소장인 야마모토 후미히로는 “우리 선배들은 산 속에서 곰과 싸우며 이 지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문제들도 많다. 호쿠료를 비롯한 광산 회사들은 더 이상 지하 광산을 개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어둡고 위험한 조건에서 일할 일본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환경 법규 때문에 보기 흉한 구덩이를 남기는 노천 광산 개발도 대부분 불가능하다. 물이나 열을 이용해 석탄을 녹여 추출하는 신공법도 논의되고 있다.
그런 공법이 성공을 거두더라도 일본이 조만간 국내 석탄 생산만으로 수요를 충족시키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일본 총 석탄 소비 중 국내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불과하다. 그러나 잠재력은 있다. 비바이를 포함하는 소라치 일대에만 일본 현 소비량을 30년 동안 충족시킬 수 있는 60억 톤의 석탄이 매장돼 있다. 일본 석탄 에너지 센터의 후로가와 히로후미는 “가까운 시일내 극적인 생산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61년 일본은 662개 광산에서 5,500만톤을 생산했지만 작년에는 8개 광산에서 고작 140만톤을 생산했다. 탄광업의 몰락으로 타격을 입은 마을들은 살아남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했다. 비바이 동쪽 한 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유바리는 ‘석탄 역사 마을’이라는 대대적인 테마 공원을 만들었다 관광객이 오지 않는 바람에 파산했다.
석탄 붐이 불고 있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요즘은 채굴도 기계가 하기 때문에 광산이 활기를 띄어도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많은 주민들은 정말 형편이 나아질까에 대해 회의적이다. 주민 대다수는 70대 이상이다. 광산이 문을 닫을 때 떠났던 젊은이들이 돌아올 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은 거리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는 미치야마 미츠코(69)는 “몇몇 젊은 사람이 돌아와도 이 마을을 구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호쿠료사의 비즈니스는 활기를 띄고 있다. 한 때 8,000명의 석탄 노동자를 고용해 연 100만톤의 석탄을 생산하던 미쓰비시사의 자회사인 이 회사는 지금 40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홋카이도 전기에 연 3만톤을 공급해 살아남았다. 그러다 작년부터 여기저기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올해는 원래 계획의 2배가 넘는 12만톤을 공급할 예정이다. 일손이 모자라 여러 명의 고객을 돌려보내야 했다. 36년 전 일본 최대 지하 광산에서 일을 시작한 후 탄광업의 몰락을 지켜본 야마모토는 “그 동안 그토록 어려운 세월을 견뎌냈는데 이제 손님을 돌려보내야 하다니 짜증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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