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비즈니스로 운영되는 작은 음식점이 정착하려면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든지 맛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잠깐 유행처럼 잘 되던 음식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주인이 바뀌고 맛과 분위기가 사라져 추억으로만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그 가운데 한인타운의 한국식 중국집의 짬뽕이 있었다. 20년이 훨씬 넘었을까, 형과 누나들을 따라 자주 찾던 곳이었다. 주인이 몇 번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국물이 넘칠 정도로 가득 담은 커다란 그릇에 해물이며 고기며 가득 채워져 보기만 해도 입가에 군침이 돌았다.
다른 중국집 짬뽕에 비해 배가 컸고, 다음날 아침 화장실 가기가 무서울 정도로 매웠지만 한 달이 멀다하고 다시 찾아가지 않고는 배기지 못했다.
어느 때였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 돌아오니 전통적인 짬뽕 맛을 즐길 수 있게 해주던 그 음식점은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그 맛을 찾기 위해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중국집을 찾아 여러 곳을 다녀봤다. 하지만 모양새가 비슷하면 맛이 다르고 맛이 비슷한가 하면 모양새가 전혀 아니었다. 정확히 같은 짬봉은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중국 식당을 운영하던 분은 어디로 갔을까.
그 당시 LA의 중국 식당에서는 한국식 자장면을 맛볼 수 없었다. 재료가 풍부한 미국이어서였을까. 간짜장보다도 기름지고 뻑뻑해 한국에서 즐기던 자장면과는 달랐다. 그래서 한국 여행객들도 놀라는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던 추억의 짬뽕 생각이 더욱 났다.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20여년을 넘게 같은 장소를 지켜온 음식점을 말하려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음식점에 평생을 바치고 또 자녀들에게까지 넘겨주는 장인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기회의 땅 미국에서는 너무 작은 꿈이기 때문인가.
불황인 가운데에서도, 또 일본인들이 토랜스 쪽으로 모두 빠져나간 상태에서 LA 다운타운 리틀 도쿄가 밀려드는 외국인 손님들을 상대로 성업 중인 것을 보며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을 읽게 된다. 이들에게서는 한인타운에서 찾아보기 힘든 몇 가지를 볼 수 있다.
일본타운의 풀빵집과 카레 하우스를 방문했던 한인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라면집, 스시집, 잡화상, 모찌가게 할 것 없이 많은 점포들이 타운이 형성된 후 20여년 넘게 이곳을 지키고 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켜오다 보니 정이 들어 다시 찾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장인정신은 일본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명문대를 졸업한 후 좋은 직장에 다니다 가업을 잇기 위해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는 젊은이들을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다.
한인 업소들은 전반적으로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인내심이 부족한 것인지, 비즈니스적인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람직하다고 보기 힘든 현상이다.
한인들은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해결하고 성공도 급하게 이루기를 원한다.
하지만 배타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수십년 동안 자장면 집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화교들과 이웃사촌 일본타운의 장인정신에 바탕을 둔 영업 방식처럼 한인 업소들, 특히 음식점들이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켜 주었으면 한다.
50여년을 넘게 한 곳을 지켜주는 전통 한식점들이 계속 생겨나 한인타운의 문화와 자긍심을 빛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대를 이어 같은 음식점을 찾고 맛을 즐기는 모습이 한인타운에서도 일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토마스 오 소셜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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