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연결된 세상, 각국서 날아드는 이메일 사기 봇물
-LA타임스기자가 응답해 본 요일별 일확천금 사기 일지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나를 아들처럼 사랑했다고 한다. 내게 편지를 보낸 적도, 전화를 한 적도 없을 뿐 아니라 한번 만나본 일도 없는 그가. 그러나 이 세계적 테너가 그의 유언장을 통해 내게 3,150만 달러의 유산을 남겼다고 내게 방금 도착한 이메일은 전하고 있다.
이 이메일은 요즘 온라인 라이프의 ‘기간산업’이 되고 있는 사기(scam)의 전형적인 예다. 벼락부자를 약속하며 돈을 우려내는 이런 사기에 속지 말라고 수사기관이 끊임없이 경고해왔는데도 여전히 피해자는 속출하고 사기는 성행한다. 어떤 것은 전문적인 도표까지 곁들인 세련된 내용을 담았고 어떤 것은 조잡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모두 ‘더 나은 생활’을 약속한다. 요즘은 어떤 수법이 유행할까. LA타임스 비즈니스 담당 데이빗 콜커기자가 1주일동안 들어오는 이메일을 체크하며 사기수법들을 요일별로 정리해보았다.
전 세계 곳곳에서 수백통이 쏟아져 들어왔다. 상상도 못했던 유산상속에서부터 위험부담 없는 투자, 복권 당첨, 취직, 세금 환불, 은행의 실수로 인해 얻게 된 이득, 신청한 적 없는 그랜트 등 그 내용도 다양했다. 다음은 답장도 보내고 발신인과 직접 통화도 한 콜커기자가 요일별로 정리한 사기 이메일 일지다.
■ 월요일
파바로티 유산 영국대리인이 내가 유산 상속자라는 쇼킹한 뉴스를 전해왔다. 내게는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으로 시작되는 그의 이메일이 믿기 힘든 일이었지만 지난 1월 같은 이메일을 받은 뉴욕의 가수이자 배우인 브라이언 들래니에겐 그리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가 샘 구디 레코드에서 일했던 1986년 그곳을 방문한 파바로티를 만났고 계속 노래연습에 매진하라는 격려를 받았었다. 들래니는 ‘런던 대리인’에게 답장을 보냈고 몇주동안 ‘유산’에 관해 진지하게 협의했다. 유산 ‘전송’ 비용 800백달러를 보내기 직전 동생의 경고로 들래니는 사기피해를 모면했다.
■ 화요일
우리 사무실 ‘행운의 날’이었다. 여러명의 동료가 복권당첨 통보 이메일을 받았다. 네델란드, 스페인, 이태리, 영국, 태국 등에서 알려온 우리 모두의 당첨액수는 총 1,750만달러나 되었다. 복권을 산 사람은 없었다. 우린 ‘마이크로소프트 컴퓨터 추첨 시스템’을 통해 당첨됐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요구하는 수수료 송금을 안한 탓에 아무도 그 ‘행운’을 누리지 못했다.
■ 수요일
오프라 윈프리의 인기는 사기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웃고있는 오프라의 사진과 함께 ‘순수 살 빼는 차’ 선전이 올라왔다. 오프라가 추천하는 차라고 생각한 많은 팬들이 그 차를 샀지만 오프라 쪽에선 아무 상관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커리어빌드닷컴은 LA타임스의 모회사인 트리뷴사 소유의 취업광고사다. 이 회사와 관련 사이트인 것처럼 위장한 사기도 성행한다. 물론 취업 알선이다. 이메일을 통해 응답한후 9분만에 나는 합격통보를 받았다. 하루3시간만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월 2,000달러와 커미션이 보장된다고 했다. 역시 수수료를 먼저 보내야 했다.
■ 목요일
새라 메이라는 이름으로 이메일이 왔다. 임종을 앞둔 새라는 자녀가 없는 미망인인데 나를 상속자로 택했다는 것이다. 난 자세히 알려달라고 답장을 보냈다. 550만달러의 유산을 상속할테니 80%는 자선단체에 기부하라면서 내 뱅크 어카운트에 관한 정보를 보내라고 했다. 같은 날 내 동료는 850만 달러를 가진 메리 앨런으로부터 아이보리코스트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 이메일을 받았다.
이건 아름다운 상속녀를 스페인감옥에서부터 구출해달라는, 1920년대부터 내려온 전통적 사기수법이다. 요즘 이런 사기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외국은 나이제리아, 가나 등 아프리카 국가다. 6,000만달러를 가졌다는 가나의 크웨쿠라는 남자의 이메일을 받고 문자메시지를 남겼더니 전화가 왔다. 스토리가 장황했다. 어쨌든 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이 담긴 박스를 유엔외교관을 통해 내게 전달할 수 있도록 박스 수송료로 1,500달러를 보내주면 유산의 25%를 주겠다는 제의였다. 거절했다. 그후 며칠동안 크웨쿠는 내게 거의 1시간마다 한번씩 전화를 걸어왔다.
■ 금요일
수백만달러 유산과는 달리 국세청이 134달러 40센트를 환불해준다는 것은 그리 의심스런 일이 아니다. 오늘은 동료 10명이 국세청에서 보낸 환불통보 이메일을 받았다.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소셜시큐리티 넘버와 크레딧카드, ATM 개인정보, 주소, 생년월일 등을 이메일 답장으로 알리라는 것이었다. 다시말해 신분도용에 필요한 완벽한 정보를 보내라는 것이다.
이번 주 마지막 사기 이메일은 홍콩발이었다. 2,000만달러 유산을 남기고 한 친척이 죽었다는 내용으로 동료에게 온 것이었지만 내가 답장을 보내 자세한 정보를 물었다. 친척의 이름은 마이클 콜커라고 했다. 이상도 하지, 나의 부자아저씨 유산이 동료에게로 갈 뻔하다니! 나 아직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이번 주 내가 상속받거나, 벌었을 돈의 액수를 계산하기에만도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이런 e메일은 틀림없는 ‘사기’
사지도 않은 복권이 당첨되었다고 한다.
당신이 문의한 것도 없는데 국세청(IRS)이 보내온 이메일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친척이 당신에게 유산을 남겼다는 ‘기쁜’ 소식
모르는 사람이 돈을 송금해달라는 요청한다.
만난 적 없는 사람이 취직을 시켜준다고 할 때.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감옥에서 꺼내주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급한 메시지
백반장자로 만들어준다는 비즈니스 제의
사실이라 믿기엔 너무 근사한 ‘모든’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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